남들 다 겪는 거..
"남들 다 겪는 일"라고 해서, 누군가에겐 쉽다고 해서 나에게도 쉬운 것은 아니다.
이것은 돌아보면 임신뿐 아니라 삶의 여러 과정이 그랬다.
남의 애기는 참 빨리도 크는 것 같지만. 남모를 피 같은 노력이 들어갔을 것이니 말이다.
임신을 하기 전 아빠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아빠는 덤덤히 말하셨다.
"요즘 외국은 애 안 낳고 둘이 즐겁게 사는 부부들도 많더라. 자식에게 모두 희생하면서 살지 않아도 돼.
너네 부부가 행복하면 아빠는 그걸로 됐어 그게 최우선이야"
아빠가 흔히 외국에도 좀 자주 가보고 아메리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 그런 것은 아니다.
해외여행도 만 60세가 지나고서야 가본 아빠는 국내도 충분히 좋은 곳이 많다고 하신다.
손주, 손녀를 보면 너무도 예뻐하실게 눈에 선한, 가족에게 헌신적인 분 이시다.
사실 아빠의 삶은 다소 평탄한 나와는 달리 흥미진진 영화 같은 스토리가 많다.
지금은 모든 것을 달관한 듯한 아빠를 본다.
세상 무서울 것 없고 야심 차던 아빠가 왜소해지고 작아지는 모습도
그날 아빠의 대답 이면의 뜻을 한참 지나고야 알았다.
그 많은 과정 속에 우리를 키워내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았으면, 그런 이야기를 하셨을까.
딸을 이렇게 부족함 없이 자라게 하기 위에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들어갔을까. 하고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서야 느끼고 깨닫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너무 늦게 알아 후회하고 싶지 않다.
다행히 보편적인 입덧 증상 외에 큰 이슈는 없다.
하지만 생각보다 임산부에게는 별의별 증상이 많다는 것이다. 산모에 따라 개인차도 있기에 다양한 이유로 임신기간 내내 괴로운 산모도 있을 것이다.
초혼 연령이 늦어지고 환경적 영향 때문인지 난임도 많은 세상에 아기가 원하는 때에 이렇게 찾아와 준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임신을 해보고 나니 '옛날 엄마들은 요즘처럼 대접도 못 받았을 텐데..' 그래도 누리고 살 수 있는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이 그나마 다행인지, 이전 여자들의 삶이 참 안쓰럽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고충도 변하는 것이다.
또 고통은 상대적인 것, 내 몸의 생채기가 가장 아픈 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으려고 할까?
예전엔 대부분 함께 누리지 못했고 잘하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상대적이다. 시대도 문화도 바뀌었다.
육아용품을 필수적인 아이템으로 최소한으로 준비하려고 하고 있는 나로서도
"애 키우기에 무슨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 살게 천지야.." 싶어 놀라는 중이다.
그렇다고 "나 때는 그런 거 없이 다 잘 키웠어"라고 한다면 "요즘 부모"인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정말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키울 수 있을 것인가?
나 또한 궁금했다.
왜 아시아에만 유독 한국이 조리원 문화가 난리인지.
서양인의 몸과 아시아 여성의 몸은 다르다.
골반이 작고 태아 머리는 가장 큰 편인 우리나라 여성은 출산을 하며 골반이 심하게 뒤틀린다.
애를 낳고 며칠 만에 일을 하고 얼음을 씹어 먹는다는 서양인들과는 달리 체질과 몸 자체가 다르다.
특히 (나를 포함) 몸이 찬 편인 사람은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평생 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
사실 해외에도 산후풍이라는 단어만 없을 뿐이지 산후에 몸이 좋지 않아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전보다 출산 나이도, 일을 해야 하는 시기도, 수명도 한참 연장 된 시대에
모두 타이밍이 있는 법이라 놓치면 돌이킬 수 없다.
'육아는 체력전이 아니던가?' 산후조리는 다소 유난이라도 잘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물론 그 속을 파고드는 업체들의 상업성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전문가가 이런 말을 했다.
임산부에게 가장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루는 힘듦을 호소했다가 아빠가 '어쩔 수 없지 않으냐~' (와 같은 뉘앙스의 반응)을 하여 한껏 예민해져 있던 나는 화를 버럭 냈다. 참 별로인 딸이다.
직접 겪어보지 못한 것은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아빠들은 어떤 고통인지 모를 것이다.
내가 군대의 힘듦과 가장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 못 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뱃속의 태아의 안부보다는 산모의 상태가 어떤지 물어보는 건, 같은 시간을 겪어 본 선배맘, 엄마들뿐이다.
시어머니는 항상 내 안부를 먼저 챙겨주시는 것이 참 감사하다.
'그렇게 보면 나만 힘든 것은 아니다. 신이 불공평하다고 하지만 어떠한 면에선 공평하다.'
아기가 태어나면 더 하겠지만 '앞으로 나는 아기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 "OO맘" 이 되는 것이다.
높은 확률로 친정식구보다 시댁 식구들에게 더 하지 않을까?
"나"라는 사람은 점차 희미해진다는 것.
‘저녁은 어떡하지.. 과일만 먹었더니 또 배고프네.. 내일은 또 뭐 먹지.. 먹을 수 있는 게 없어 힘들다.
사 먹는 음식도 입에 안 맞아.. 요리하기도 힘들다. 누가 매일 집 밥 차려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살게 되는 잠시의 시간.
소중한 것을 얻으려면 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