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소진은 어떻게
온통 감사할 것 투성이지만,
엄마가 된 후 온 신경은 아이에게 쏠려 있다.
아기가 태어난 지 9개월이 되어가며
여전히 모유 수유와 밤중 수유를 하며
너무도 행복하지만, 힘든 시간들도 함께 보내고 있다.
나라는 사람이 사라지는 듯,
온전히 다른 삶이 되어 버렸다.
때때로 적응하지 못하는 이 기분은
엄마가 되면 누구나 겪는 일일지도 모른다.
한동안은 무엇을 써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쓰고 싶은 마음도, 쓸 에너지도 없었다.
그러다 무기력함 속에서
“오랜만에 글 한 번 써볼까?” 했는데,
도무지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키보드만 잡으면
우다다다 쏟아내던 내가 아니었나?
머리는 멍하고, 넘치던 에너지와
창의성은 바닥난 것 같았다.
육아 너 정말 보통이 아니구나.
예전엔 나를 위해, 다양한 일을 척척 해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아기가 어린데도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다른 크리에이터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나 자신이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다른 엄마들도 느끼겠지
쓸데없는 ‘비교’라는 감정.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기에게 집중하기도 부족하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 기분에서 벗어나려면
다시 감사할 것을 찾아야 한다고.
너무도 잘 만난 ‘이모님’.
좋은 이모님을 만나는 게 엄청난 복이라는데,
나는 그 복을 누리고 있다.
한국에서 만났던 분들보다 좋은 분을
타지에서 만났다.
멋진 집과 쾌적한 환경에서 하는 육아.
타지에서도 좋은 육아 동지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건강하게 잘 자라는 아기,
수유할 때 벅찬 행복감.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무탈한 것.
오늘도 두 발 쭉 뻗고 잘 수 있는 것.
회복을 위해 요가를 하고,
짧게라도 명상을 한다.
그러면 조금씩 에너지가 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아기가 언제 깰지 모르기에
긴 시간을 온전히 나에게 쓰는 건 쉽지 않다.
새벽에 아기가 깨서,
해가 뜨겁기 전 바다에 다녀왔다.
아기는 아직 파도가 무서운가 보다.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할 텐데’ 하는
조금은 무서운 마음도
잠시 내려놓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