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생각 Jan 15. 2024

알리움 알레고리

알리움 알레고리


김휼      


알리, 없습니다  


수만 개의 꽃을 뭉쳐 하나의 꽃숭어리로 퉁치는 조물조물 내력  


매운맛을 숨기고 활짝 펼쳐 보이는 환대의 깊이와

무한한 슬픔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벙글어진 저 웃음 사이가 얼마쯤인지  


나는 알리, 없습니다  


벼린 내 모서리들이 둥글어지고 있는 건 고요의 힘인지 짚을 길 없는 허방의 힘인지  


일 지주로 서 있는 알리움의 위엄이 왜 이런 감정을 유발하는지

유발 하라리가 왜 내 입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지  


기분 따라 유발되는 내 생각의 반경을 알리는 없습니다  


여러 겹의 표정으로 둘러싸인 호모 사피엔스

어디쯤에 마음을 두어야 위엄이 비켜 갈지 알아 알음알이를 짓는 인간들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호모 사피엔스는 정말 뒷담화를 만든 걸까요  


안다고 하는 것이 진정한 앎인지

알 사람은 다 아는 일을 나만 모르고 있는 것과

내가 알 정도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아는 것 사이가 귀와 입처럼 멀고도 가깝다는 것  


구근으로 번식하는 것들은 매운 울음을 왜 뿌리에 숨기고 있는지

맵다는 걸 알면서도 벙글어진 웃음에 자꾸 걸려 넘어지곤 하는지 


문득 알리움에서 유발된 엉뚱한 표정의 서사

낸들 정말 알리, 없습니다      



 - 신공 2023 詩작품집

  『얼룩을 읽어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눈처럼 맑았던 소녀가 떠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