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휼
질문처럼 솟은
봉우리가 어둠에 묻히는 그믐이 되면
우린 원점으로 돌아가지
상처를 쥐고 꿈밖 쓸쓸한 허밍으로 사라져간 초승
절반의 실패를 살던 하현의 등엔 절벽만 놓이고
더는 밀려날 수 없는 그믐이 되면
꽃잎 흩날리는 꿈들은 검은 밤에 묻히지
삭망의 주기는 본래의 나로 돌아가는 동안이야
그믐을 거쳐 간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농담들
너를 위해서라면 저 하늘의 달도 따다 줄게,
계수나무에 앉아 떠밀려간 꿈들을 무망이 바라보곤 하지
은쟁반 위에 차갑게 식어버린 농담
당신이 구두를 벗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번지고 흘러 만월의 끝에 닿는
그믐이 되면, 세상 모든 농담은 어둠에 묻히지
만장을 두르고 내려오는
붉은 눈의 토끼들 쓸쓸히 짓무른 만가를 부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