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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생각 Feb 25. 2024

달을 위한 레퀴엠

달을 위한 레퀴엠


김휼



질문처럼 솟은 

    

봉우리가 어둠에 묻히는 그믐이 되면


우린 원점으로 돌아가지


상처를 쥐고 꿈밖 쓸쓸한 허밍으로 사라져간 초승


절반의 실패를 살던 하현의 등엔 절벽만 놓이고


더는 밀려날 수 없는 그믐이 되면


꽃잎 흩날리는 꿈들은 검은 밤에 묻히지


삭망의 주기는 본래의 나로 돌아가는 동안이야


그믐을 거쳐 간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농담들


너를 위해서라면 저 하늘의 달도 따다 줄게,


계수나무에 앉아 떠밀려간 꿈들을 무망이 바라보곤 하지


은쟁반 위에 차갑게 식어버린 농담


당신이 구두를 벗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번지고 흘러 만월의 끝에 닿는


그믐이 되면, 세상 모든 농담은 어둠에 묻히지


만장을 두르고 내려오는    

 

붉은 눈의 토끼들 쓸쓸히 짓무른 만가를 부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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