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사흘엔 할단새*가 떠올라 / 김휼
김 휼
내 꿈을 누가 헐어버렸나
내일이면, 집을 지어야지
작은 창을 내고
밤을 지새울
페치카도 만들어야지
길게 뻗은 그대 팔을 베고 누워
이국의 신화를 들으며
별을 셀 거야
상한 영혼 어루만지는 바람을 위해
물고기 한 마리 풍경으로 달아도 좋겠지
구름 한 점 없는 설산에
활강하는 어둠
고산의 밤은 왜 이렇게 날카로운 거야
잡초가 무성한 뜰이어도 좋겠어
세상의 모든 꽃잎이 노을로 지는
그런 둥지를 지어야지
흰 구름 그러모아
꽃 속으로 들어간 신들을 불러
희고 둥근 알을 낳을 거야
결단의 꼬리를 잘라
금줄도 쳐야겠어
쪽문마다 노란 등을 켜 두고
바람의 동거는 허용할까 해
비극에 날개가 젖지 않아 가벼워진
내일이면, 집을 지어야지
아름다운 작심처럼 반짝이는 별
그래 내일이면,
완전무결한 집을 지을 거야,
안개 사이를 절뚝이며 걷는
내일이 오면
⸻⸻⸻
* 내일은 반드시 둥지를 지어야지 굳게 다짐하지만 햇살이 드는 아침이면 그 결심이 사라지고 마는, 히말라야에 산다는 전설의 새.
—계간 《詩로 여는 세상》 2023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