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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영 Oct 10. 2022

XOXO

보스턴 6

  보스턴 미술관에 갔다. 오후 10시까지 열려있는 수요일은 4 이후부터 무료입장이다. 미술관에 미리 도착해 기념품샵을 둘러본  4 전까지 1 홀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정면에 입구가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앉으니 오후에 미술관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자연스레 구경하게 됐다. 커플룩을 맞춰 입고 미술관 데이트를  노부부도 있었고, 배낭을 메고 신나게 들어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할머니  분이 홀에 서성이고 있자 직원이 다가와 물었다.


  “Can I help you find anything?”

  “Yes, we’re looking for our friends.”


  사람들 구경에 웃음이 오가는 재치 있는 대화들까지 듣다 보니,  미술관 입장이 시작됐다. 1,2층으로 이루어진 미술관은 2층에서 시작해 1층으로 내려오면서 보는  효과적이라 하여 2층부터 시작했다. 주요 전시관이며 우리에게 익숙한 19~20세기 유럽 회화관부터 둘러보고 로마 미술관도 보고 1층으로 내려왔다. 1 내려와서는 아트북 스토어에서 거의  시간을 있었고 바로 옆에 있는 미술관  카페에 잠시 앉아 어떤 책을 구매할지 고민했다. 차마 빈손으로 돌아서질 못하고 고민 끝에 아트북  권을 구매하고는 1 전시실을 마저 구경했다.


  거기서 미술관 통틀어서 제일 기억에 남는, 처음 보는 작품을 만났다. 모던 아트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 관에서  걸음을 멈추게   탁한 색감의 그림이었다. 막스 베크만의 ‘이중 초상화라는 작품. 그림의 우측에 표시된 제목 아래에는 이런 설명이 함께 쓰여 있었다.


  “ 그림은 베크만과 가까운  친구를 그린 것이다.  둘은 베크만을 보기 위해 1946 암스테르담을 방문했다. 하지만  둘은 서로 다른  찾아왔기에 (그림에서처럼) 함께 포즈를 취한 적은 없다. 대신 베크만은  둘이 함께 있는 초상화를 상상해 그렸다. ”


  무슨 사연인지 자세히 나와있진 않았지만 베크만은 두 친구와 함께하지 못한 그날이 많이 아쉬운 듯했다. 그는 본인이 바라던 그 시간을 그림으로라도 완성시킨 게 아니었을까. 내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에서도(영화의 반전을 말하는 것이므로 제목은 생략한다) 주인공의 다 못 이룬 사랑을 주인공의 동생이 작가가 되어 언니의 사랑을 소설로 나마 완성시켜 준다. 사실 그림도 진짜 초상화인지 아닌지 중요한 게 아니듯이. 베크만 친구들이 그 그림을 보고 ‘아 베크만은 우리가 다 같이 함께하는 시간을 이 만큼이나 원했었구나, 우리를 많이 보고 싶어 했었구나.’ 그런 그의 마음을 전달받고, 그 그림이 또 다른 남들에게 그런 감동을 주면 그걸로 그 그림은 큰 가치를 담고 있는 게 아닐까.


  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 책도 그런 마음을 담기 위해 시작된 거 일수도 있겠지. 완성되지 못한 상황 때문에 묻혔을 진심이 내보여지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 그때 전하지 못한 마음들이 오히려 글이라는 소재로 풀어져 더 빛날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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