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고양이 충전소, 가볼까요?
10년 전, 터키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고양이와의 공존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상점과 카페, 식당, 공원, 심지어 유서 깊은 유적지에서도 고양이들은 사람들 곁을 당당히 걷고 있었다. 대문 앞에는 사료가 담긴 접시가 놓여 있었고, 사람들은 고양이와 눈을 맞추며 먹이를 건넸다. 그런 풍경은 특별하지 않았다. 그저 일상의 한 장면처럼, 그곳에는 고양이를 존중하는 문화가 스며 있었다.
하루만 여행해보아도 왜 터키가 '고양이의 천국'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그 후로 나는 우리 주변의 고양이들을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골목길에서 동네고양이를 만나려면 구석구석을 살피거나, 차 밑을 들여다보는 수고로움이 따른다. 고양이들은 언제나 경계심을 품고, 사람을 향해 두려움 어린 눈빛을 보냈다. 유럽 여러 나라를 다녀온 후에야, 내가 살아온 이곳에서 고양이와 사람의 관계가 조금은 낯설고 불편했음을 깨달았다.
그러다 제주에서 나는 조금은 다른 고양이들을 만났다. 마당이 있는 집, 느긋한 걸음, 주저함 없는 눈빛. 제주의 고양이들은 어딘가 더 자유롭고 편안해 보였다. 고양이들이 스스로의 보금자리를 선택하듯 마당을 오가고, 사람들은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도시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내게 묻는다. “제주에서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곳을 추천해 주세요.”
그 물음은 나에게도 낯설지 않다. 나 역시 길고양이를 만나기 위해 제주를 찾았고, 그 만남은 매번 마음을 설레게 했다. 고양이는 언제나 우연처럼 나타났지만, 그 우연은 마치 오래 기다린 인연처럼 느껴졌다. 특히 제주의 동쪽 마을에는 동네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숙소와 상점과 카페들이 많다. 고양이들은 여러 마당을 넘나들며, 입맛에 맞는 사료를 찾아다니고, 사람들은 기꺼이 사료를 내어놓는다. 어떤 고양이는 그 집의 마스코트가 되어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받기도 한다.
터키만큼은 아니더라도, 제주에도 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풍경이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그 따뜻한 풍경을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동네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 고양이의 삶을 존중하는 마을, 그리고 고양이와 눈을 마주한 누군가의 조용한 떨림까지.
이 책은 그런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위로의 순간이 되기를, 동네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응원의 메시지가 닿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도시의 골목에서도, 고양이가 어깨를 펴고 사람 곁을 걸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주 고양이 로드’, 지금부터 그 길 위의 이야기를 펼쳐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