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사람’이라서 다행이야.

고양이에게 만만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면, 그보다 행복할 수 있을까요

by 할망

(이전글) 처음 만난 사이지만 가방 좀 털겠소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만난 방파제 고양이들과의 추억은, 육지로 돌아와서도 내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쉬이 지워지지 않았다. 일상 속에서도 불쑥 떠오르곤 했다. 내 그림자 위에 몸을 눕히고 태평하게 낮잠을 자던 어린 고양이들. 내가 자세를 조금만 바꾸어도 가자미 눈을 뜨고는 “꼼짝 마라냥!” 하듯 올려다보던, 그 뻔뻔하고 귀여운 눈빛. 어이없으면서도 자꾸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임시 보호 중인 이쁜이도 심술이 날 때면 마치 10시 10분을 가리키듯 눈꼬리를 치켜세우며 나를 노려본다. 그 모습이 어찌나 익살스럽고 귀여운지,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 방파제에서 처음 만난 고양이들에게도 같은 취급을 받았던 걸 떠올리면, 나는 고양이에게 참으로 만만한 사람인가 보다.

10시 10분 눈빛 발사하는 방파제 고양이와 유기묘 이쁜이


사람 사이에서는 그리 유쾌한 평가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고양이에게 ‘만만한 사람’이라는 말은 오히려 따뜻하게 들린다. 어릴 적, 종종 ‘참 착하구나’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그 말이 마냥 좋았던 건,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인정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이 시작되면서 ‘착하다’는 말이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착하다는 게 곧 만만하다는 뜻 같았고, 이용당하거나 손해를 본 뒤에는 자존감이 바닥까지 가라앉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좋은 사람’이고 싶다. 사람 관계에서는 ‘만만하지 않은 좋은 사람’으로, 그리고 고양이에게만큼은 ‘만만해서 좋은 사람’으로.

우리나라 길 위의 고양이들은 대부분 사람을 경계한다. 발소리만 들려도 도망치고, 멀리서 커다란 눈으로 한참을 지켜보는 고양이들을 자주 마주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미안해”라고 혼잣말처럼 내뱉곤 했다.

그런데 방파제의 고양이들은 달랐다. 처음 보는 나를 향해 스스럼없이 다가왔고, 내 주위를 에워싸며 내 그림자에 몸을 맡겼다. 거칠고 단단한 콘크리트 위에서 그들의 부드러운 털이 스치던 그 감촉. 그 풍경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으로 다가왔고, 지금도 문득문득 다시 그리워진다.


그날 이후 나는 생각했다. 고양이에게 ‘만만한 사람’이란, 다가가도 되는 사람, 믿어도 되는 사람이 아닐까. 나는 고양이에게만큼은 그런 사람이고 싶다.
망설임 없이 다가와 “간식을 내놔라옹!” 하듯 당당하게 구는 고양이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
그런 무례하고 사랑스러운 당돌함을 기꺼이 받아주고 싶다.

방파제에서 사귄 고양이가 만만한 언니 치마 위에 올라타 있다.


고양이에게 ‘만만한 사람’으로 인정받았다는 건, 친구가 되었다는 의미다. 그 순간, 마음이 하늘을 나는 듯 가벼워진다. 애써 쌓아온 신뢰가 눈빛 하나에 담겨 전해지는 기분. 고양이와 가까워질 준비가 되었다면, 먼저 그들의 ‘만만한 사람’이 되어보자.


<고양이와 친구 되는 법>

1단계: 고양이와 신뢰 쌓기
고양이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낮춘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너에게 위협이 되지 않아’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2단계: 고양이와 눈인사 나누기
고양이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깜박이고, 다시 부드럽게 뜬다. 이는 고양이에게 “나는 안전한 사람이야”라는 방식의 인사다. 고양이도 눈을 깜빡이며 응답해줄 때까지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리자.

3단계: 고양이와 친구 되기
고양이가 눈인사에 응답하면, 그것은 당신을 친구로 받아들였다는 신호다. 아직 응답이 없다면 실망하지 말고, 다음 단계를 이어가자.

4단계: 고양이에게 먹이 주기
사료나 간식을 조심스럽게 그릇에 담아 놓는다. 고양이가 편히 먹을 수 있도록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지켜보자. 다 먹은 뒤에는 깨끗하게 정리해주는 것도 잊지 말 것.

5단계: 고양이와 놀아주기
고양이가 마음을 열었다면, 낚싯대 장난감으로 가볍게 놀아준다. 아직 긴장을 풀지 못한 고양이라면, 향기 나는 마따따비 장난감으로 편안함을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방파제 고양이 가족에게 선물한 마따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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