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언어는 내 심장을 쪼그라트렸다.
부우우웅~ 포구로 달려오던 트럭 한 대가 내 옆에 멈춰 섰다.
“아가씨, 뭐 햄서?”
낮게 깔린 남자 어른의 목소리가 순간 가슴을 조이게 했다. 낯선 사람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은 어쩌면 조금 수상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순간 얼어붙어 고개를 드는 데 긴 시간이 걸린 듯했다.
고등어 통조림을 포획틀 안에 넣고 있던 그때, 나는 몸을 돌려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방파제 고양이들을 중성화 수술 보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여기 고양이들이 너무 많아졌어. 싸우고 울고 시끄러워.“
그의 말에서 고양이에 대한 불편함이 느껴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맞아요. 그래서 중성화 수술을 하면 개체 수가 더 늘지 않고, 울음소리나 싸움도 줄어들 거예요.”
아침 7시, 보통은 낚시객 몇 명만 조용히 드나드는 시간이지만, 예기치 못한 대면에 등줄기를 타고 땀이 맺혔다. 아저씨는 나의 존재를 모르지만, 나는 그가 포구 앞 횟집 사장이자 이 마을 이장님이며,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다.
“어디에서 왔수과?“
“서울에서 왔어요.”
“이거 하려고 비행기 타고 왔수과?”
“네. 여기 포구에 있는 고양이 급식소는 해녀 어르신들이 허락해 주셔서 설치된 거거든요.
그래서 저도 휴가를 내서 봉사하러 왔어요."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조심스럽게 이어 말했다.
“수술을 하면 고양이들이 싸움도 덜 하고, 울음소리도 줄어들 거예요.”
아저씨는 조용히 듣고 있다가 짧게 말했다.
“거참 별일이네. 고생해마씸.“
투박한 말투였지만, 어쩐지 따뜻한 인정이 느껴졌다. 이상한 여자로 여겼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고양이를 위한 일이구나’ 하고 이해해 주려는 마음도 담겨 있었다.
트럭이 멀어지고, 나는 다시 방파제 고양이들의 이동 경로 중간 지점에 마지막 포획틀을 설치했다. 몸을 일으키고 돌아서는 순간, 방파제 앞으로 다가오는 해녀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인자한 미소로 인사를 받아주신 할머니도 내가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 보이셨다.
“뭐 햄서?”
“고양이들 새끼 그만 낳게 하려고 수술해 주려고요.”
“착허당. 어디서 왔심?“
“서울에서 왔어요. 전에 해녀 삼춘들이 허락해 주셔서, 여기에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했었어요.”
“아 그 처자냥?”
“아뇨. 급식소 허락을 받을 땐 함덕 사는 친구가 갔어요. 그래도 해녀 삼춘들이 자리를 내어주셔서 고양이들이 밥을 잘 먹고 있어요. 수술하면 싸움도 줄고, 쓰레기봉투도 안 뒤질 거예요.”
“그래. 착허당. 고양이도 먹어야 살지. 아침밥은 먹었냥?”
“네. 든든히 먹고 왔어요.“
아저씨의 거친 말투 뒤에 이어진 할머니의 다정한 말에 마음이 풀렸다.
이제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세 개의 포획틀을 살필 수 있는 지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사이 해녀 할머니는 방파제 앞에서 해초를 널고 계셨고, 그 곁에는 삼색 고양이 ‘바다’가 리어카 위에 앉아 있었다. 할머니의 말동무라도 되는 듯, 익숙하고 다정한 풍경이었다. 윤슬이 반짝이는 아침 햇살보다도 따뜻하고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이 순간이야말로 내가 바라는 공생의 풍경, 인간의 땅 위에서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진짜 세상이다.
고양이 바다와 해녀 할머니의 다정한 장면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으로 기록했다.
작년에 중성화 수술을 받은 바다는 이후 애교가 부쩍 늘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발라당 하며 폭풍 애교를 보여주는데, 어느 날은 마따따비를 던져주니 침을 흥건히 묻히며 좋아했다. 오늘도 넉넉히 들고 나와 바다에게 마따따비 하나를 선물했다.
세상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아저씨처럼 질문을 건네는 사람은 대화할 준비가 된 사람이다. 그럴 땐 나는 고양이에 대해, 공생에 대해, 작지만 긍정적인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누군가는 이 아이들의 작은 대변자가 되어야 하니까.
“바다야, 친구들도 수술 받게 언니 좀 도와줘"
“나도 고등어캔 따주면 생각해 보겠다냥!”
사람이 드문 이른 아침, 혼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낯선 여자가 되어 있었지만, 바다와 함께 있으니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위장이 생겼다.
“바다야, 오늘 잘 부탁해.”
공생 : 서로 도우며 함께 삶 (DAUM 사전)
*TNR(trap-neuter-return) : 도심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중성화 사업을 뜻한다. Trap(포획), Neuter(중성화 수술), Return(제자리 방사)의 앞 글자를 딴 말로 국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의 목적은 길고양이 개체수 증가를 막고, 안정적으로 사료와 물을 제공해 사람과 길고양이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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