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고리대금업자
딴딴딴따다다 뛰리리릭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울의 활기찬 인사말이 나를 반긴다.
어언 1년 만인가. 오랜만에 찾은 섬의 산천초목은 잡초와 벌레, *표 구덩이로 넘쳐났다.
늘상 그래왔듯 나는 나무를 흔들고 과일을 줍는다. 오랜만에 하는 버튼 조작에도 이내 익숙해지며 잠자리채와 철제 삽, 물뿌리개를 잽싸게 스왑해가며 노동을 시작했다.
주말에 시작된 또 다른 세계의 사이버 노동. 미래 메타버스 세상에선 아마도 이런 식의 노동 형식과 시장이 형성되어 있진 않을까.
내게 동물의 숲은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 그 자체다. AI 기술 발전이 무섭도록 빠르게 성장하는 지금, 이제부터라도 AI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할 판이다.
오랜만에 만난 피터와 나탈리, 릭과 레이라. 녀석들은 오랜만에 만난 내게 어색하지 않게 안부를 물으며 어디 갔었냐, 보고 싶었다 등의 따뜻한 말을 전한다. 진정한 친구는 오랜만에 봐도 어색하지가 않다는 데, 녀석들의 호연지기를 보아하니 과연 관포지교와 수어지교의 우정이 사이버 세계에서 일어나지 않으란 법도 없다. 다만 내게 있어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
녀석들과의 인사를 끝낸 후 나는 발굴, 채집한 화석과 곤충을 박물관에서 감정 받아 기증할 건 기증하고, 너굴 상점까지 발 빠르게 움직여 수확한 재배물을 모두 매도했다. 매도가 끝나고 수중에 들어온 15만 벨이라는 거금. 고된 노동을 끝내고 맛보는 벨 주머니의 두둑함은 그 어떤 탕후루보다 달콤하다.
허나 그 달콤함도 잠시, 간악한 사이버 고리대금업자 너굴쉑에게 내 모든 수익을 갖다 바친다. 너굴은 내게서 받은 벨 주머니를 자신의 호주머니 속에 집어넣으며 군침을 흘린다. 너굴은 내게 지하실 증축을 명목으로 또 다른 대출을 요구한다. 돈에 눈이 먼 너굴의 모습은 마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을 연상케 한다.
메타버스의 세상에선 핏방울도 흐르지 않을 텐데... 결국 미래 세계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빈부격차의 심화 및 사회 양극화가 더 가속화되는 것은 아닐까.
저장과 종료를 끝마친 나는 두려움에 떨며 닌텐도 스위치의 뚜껑을 따고는 동물의 숲 게임칩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