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을 조각내어 눈송이에 담았다
살결에 닿는 촉촉함으로 서로를 기억하겠지
시간은 밉게도 조금씩 흘러
함께 걷던 이 길을 혼자 걸을 때
여기에 하나, 저기에도 하나
발자국에 새까매져 아직까지 녹지 못한 눈
미련처럼 남아있는 단어들
얼어버린 길 위에서
눈에 박힌 말들이 떠나간다
봄이 오면 그 속을 파낼 거야
사라진 언어를 이해하려고
어느 게 좋다고 할 수 없이
바람에 남은 대화의 흔적들
휘휘 저어 말조각을 그러모은다
바람에 넘어져도 앞으로 나아가야지
도미노처럼 우리는
서로를 이불처럼 반쯤 덮은 채
귓속말로 느껴지던 체온처럼
봄이 오길 기다리지
다음 사람을 위해
봄이슬에 다시 말조각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