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책 만들기] 수업 후기 3
독립출판 후기
머릿속이 온통 만들 책으로 가득 찼다. 전철 안에서 내내 책에 넣은 사진을 보고 또 보았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아 페이지를 첨가하고 사진을 수정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선생님이 가르쳐 준 인쇄소 웹페이지를 검색했다. 요즘 인터넷은 편리하고 친절하게 잘 되어 있다. 메뉴를 찾아 어렵지 않게 책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책에 쓰이는 종이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어서 선생님이 가르쳐 준 가장 기본으로 했다.
표지와 내지는 ‘백색 모조’로, 색상은 8도 칼라로 하고 크기와 페이지를 넣으니 세네카(책등)가 자동으로 계산되었다. 인쇄 권수에 따라 단가 계산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샘플책을 1권 완성해서 주문서에 넣었다.
예전에 책 만들기 수업을 한 번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복잡한 디자인과 편집 내용이 어렵게 느껴졌다. 이번 수업은 간단하게 책을 완성할 수 있게 했다. 종이의 질감과 디자인을 익힌다면 좀 더 만족스럽게 표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기본밖에 모르지만, 책 만드는 방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하게 되다니 신기하고 놀랍기만 했다.
책에 담은 나의 생각과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주변을 이야기로 전달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인쇄는 생각지도 못한 빠른 속도로 접수, 제작되었고 다음 날 바로 책을 찾으러 갈 수 있었다. 택배로 받을 수도 있었지만 충무로의 인쇄소로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4호선 전철 충무로역에서 내리면 을지로 인쇄골목을 만날 수 있다. 기계는 끊임없이 돌고 사람들은 바쁘게 오간다. 좁은 골목에 종이를 운반하는 삼륜 오토바이가 운송수단이다.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 필요한 물건을 취급하는 상점들이 늘어선 골목을 만날 수 있다. 옛 건물들이 그대로인 좁은 길 사이로 삼륜 오토바이들이 종이를 배달하는 풍경이 눈에 띄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선 인쇄소는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매일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익숙해지거나 무뎌졌겠지만, 나에게는 이 소음이 기분 좋게 들렸다. 시끄러운 기계 소리 사이로 크게 이름을 말하니 잭 꽂이에서 찾으면 된다고 가르쳐 준다. 많은 인쇄물들 사이에 기억, 니은, 디귿, 순서로 되어 있는 칸에서 내 이름을 찾았다. 비닐봉지에 커다랗게 이름이 쓰인 책이 따끈따끈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갓 태어난 아기를 안 듯 조심스럽게 들고 나와 가까운 카페로 갔다. 책은 책인 듯 아닌 듯 예쁜 것 같으면서도 뭔가 어색한 그런 기분이었다. 어쨌든 첫 번째 ‘나의 책’을 바라보니 이루 말할 수 없게 뿌듯했다.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책을 보고 또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