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1

by 보라

ChatGPT가 그려준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사람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나를 설레게 하는 단어 몇가지를 이야기하자면 마이크, 악기, 해드폰, 카메라, 춤, 펜 정도되겠다. 목소리로 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아나운서 흉내내기, 비행기 기내방송 따라하기, 만화 주인공 목소리 녹음해 보기, 이런 것들에 흥미를 가지고 동화구연도 하게 되었고, 소설 낭독반 수업을 듣기도 했다. 노래에 대한 미련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노래야 뭐 부르고 싶으면 그냥 혼자서 불러도 되고, 친구와 노래방에 가서 불러도 그만이지만, 멋진 무대에 서서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추어 근사한 의상을 입고 부른다면 말할 수 없는 황홀함에 빠질 것만 같았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가에서 동요를 참 많이도 불렀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처럼 멋들어지게 목청을 꺾으며 노래를 부르다가 저쪽에서 누군가 아는 얼굴이 나타나면 노래를 멈추곤 했다. 혼자일 때는 가수가 된 것같이 노래를 잘 부른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들 앞에 서면 목구멍이 소리를 잡아먹었는지 쇳소리만 나왔다. 그렇게 오래도록 고음의 영역을 뚫지 못하고 고음 불가라는, 음치일지도 모른다는 오명을 스스로 씌우며 살았다. 사실 음치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메조소프라노라면 목소리에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문화센터에 성악프로그램이 있다면 꼭 참여해보려고 여건맞는 시간을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다 친구를 통해 '성악 기초 발성 수업'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ㅇㅇ시에서 강사비를 지원해 주고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그렇게 친구와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 도서관에 출근하는 내가 쉬는 날인 금요일, 그것도 마침 일정이 없는 오후, 딱 알맞은 시간에 강좌가 열린다고 하니 나에게 온 최적의 기회였다. 게다가 친한 친구들이 함께하게 되어서 일주일에 한 번 친구들 얼굴도 볼 수 있어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수업교재로 한국의 유명 가곡이 들어있는 악보집을 구입했다. 수업에 필요한 악보를 낫 장으로 복사하거나 구입하고 반복해서 연습하는 수업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300페이지가 넘는 교재를 보자 어떻게 수업이 진행될지 의아했다. 그 의아함은 수업이 시작되고 바로 풀렸다.


수업은 아트센터의 소강의실에서 진행되었다. 아트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가 지하로 가는 계단을 내려가서 강의실로 들어서는 마음이 두근두근 뛴다. 보면대, 악보, 연습실, 이 모든 것이 잠깐의 설렘을 준다. 소강의실에 모여든 사람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잡고 보면대에 악보를 올려놓는다. 노래를 부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사이로 긴장과 기대가 흘렀다. 내면에 담긴 것들을 표현해 내려는 사람들의 열정적인 활동은 나에게도 전염되어 자유로운 나를 표현하려는 상승효과를 주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몸이 악기'라는 말과 함께 몸풀기가 시작되었다. 몸이 악기라면 나는 어떤 악기에 속할까 궁금해진다. 통이 넓고 묵직한 소리를 내는 클라리넷이나 트럼펫, 아니면 큰 북……. 이런 생각을 하며 스트레칭을 한다. 입 풀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옆의 사람들은 모두 잘하는 투투투, 두두두두. 입술 털기가 잘되지 않는다. 침만 자꾸 튀긴다. 혀 풀기도 안된다. 그렇지만 나는 좌절하지 않는다. 하지만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가 주길 바란다. 다행히 이제 소리를 내는 연습이다. '위위위위위 ……. '의외로 잘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앞줄에서부터 한 명씩 선생님을 따라 부른다. 내 차례가 되었다. 이상하다 분명 잘 되었는데 선생님 앞에 서니 피아노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발음도 꼬여버린다. 어쩌면 고음 불가뿐 아니라 오십 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음치였을지도 모른다는 발견을 한다. 그래도 제법 신난다.


가곡의 가사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웠다. 선율을 들으면 대부분 익숙한 곡들이어서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한 곡을 심도 있게 파고들기보다는 즐겁게 여러 번 불러 보고, 클라이맥스 부분을 한 사람 한 사람 불러 보면서 소리를 잘 낼 수 있도록 선생님이 도와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잠깐의 가르침으로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순간 어색해서 다시 집어삼키기도 했는데 몇 번 반복하니 나에게도 이렇게 우렁찬 목소리가 있었구나, 깨닫게 되면서 나의 노래는 점점 안정되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