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가 그려준 그림
거친 목소리지만 점점 노래하는 즐거움에 빠져들고 있었다. 함께 부를 땐 내가 무척 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다가 막상 혼자 일어서서 선생님 앞에 서면 이상하게 목소리가 갈라지고 거칠어졌다. 이렇게 목을 풀고, 한국 가곡집을 펼쳤다. 가고파부터 시작하는 악보는 제법 두꺼웠는데 대부분 익숙한 노래들이었다. 그 집 앞, 목련화, 봄처녀, 뱃사공 등 많이 들어 본 곡도 있었고 조금 생소한 것도 있었다. 뱃사공 같은 민요풍의 노래를 부를 때는 어깨가 절로 들썩이며 기분이 좋아졌다. 생소했던 노래 중 김효근 님의 '눈'이라는 곡은 눈이 내린 어느 날 지인이 보내 주었던 곡이라는 것을 기억해 냈다. 그 노랫말이 아름답고 청초해 따라 부르며 소복이 눈이 쌓인 오솔길을 걷고 있는 듯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랄까. 여러 곡을 함께 부르고 개인지도도 받았다가 다시 함께 부르기를 반복하니 지루할 틈 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다시 책장을 넘기다 보니 '별'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많이 불러주었던 동요다. 번쩍 손을 들어 ‘별’을 불러 보고 싶다고 했다. 동요라 쉽게 생각했는데 높은 음역에 놀랐다.
몇 번의 수업이 진행되면서 마지막 수업에서 발표할 노래를 정하는 시간이 왔다. 여러 노래를 부르던 중 마음에 쏙 드는 노래를 만났다. 뮤지컬 느낌이 나는 노래는 부르고 싶은 욕심이 났지만 음정과 가사, 박사가 모두 어려웠다. 수업을 마무리하는 발표일뿐인데 선택에 한참 망설여졌다. 그렇게 한 주 동안 발표날에 부를 노래를 들고 또 들어 보았다. 다른 곡은 가사가 귀에 익숙하게 들려오지 않아 일단 '별'을 많이 듣고 따라 불렀다. 이제 악보를 보지 않고도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고 나니 여유가 생겨서 유명 소프라노의 손동작이나 표정도 따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수업시간이 돌아왔다. 수업을 시작하고 노래를 몇 곡 불러본 다음 수강생들이 뭘 부를지 곡을 정해 이야기했다. 난 어떤 노래를 부르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렀다.
"부르고 싶은 노래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달라서 고민이에요. '눈'이나 '꽃구름 속에'를 불러보고 싶긴 한데, 소화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일단 '별'로 해볼까 봐요."
이렇게 해서 일단 '별'을 불러보았다. 악보 없이도 부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독창이 시작되니 음색이 갈라지고 터져 나오는 내 목소리에 어색함이 느껴졌다. 겨우 노래가 끝나고 가쁜 호흡을 내뱉었다. 그런데 수강생들이 잘했다며 박수를 쳐주었다. 어리둥절했다. 처음 왔을 때 입을 벌리는 것조차 어색하고,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던 내가 노래 한 곡을 제대로 해낸 것이다. 자주 듣고 따라 부른 보람이 있었나 보다. 이대로 발표한다면 크게 어려울 것이 없었다. 그런데 아쉬움이 남았다. 그걸 모두 눈치챘는지 꼭 부르고 싶은 노래에 도전해 보라고 격려해 주었다. 이만하면 되었지 생각했던 마음에 다시 불꽃이 일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논두렁을 지나고, 냇가를 지나 집으로 가는 길, 혼자 걷는 길에서 수도 없이 노래를 물렀던 모습이 다시 생생하게 떠올랐다. 노래를 부르며 나의 어린 시절을 본다. 둑 위에 선 어린 나를 바라본다. 내가 부르고 싶었던 노래는 무엇이었을까? 이제 주저함 없이 나의 노래를 불러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