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처음 가는 가족여행, 이게 얼마 만의 공항이더냐!
금토일, 황금연휴를 겨우 맞추어 가족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맑디 맑았고 포근했고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렀던 한 주간의 이루 말할 수 없는 설렘은 사그라지고 말았다. 우리가 떠나기로 한 바로 그날, 금요일부터 서울수도권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제주는 설마 했지만 금토일 꽉 찬 비소식이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었다. 강수량이 60% 이상이니 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한참 전부터 여행 가서 신으려고 구입한 어그부츠와 털이 복슬복슬한 슬리퍼를 고이 모셔 놓고 비에 젖어도 아깝지 않을 헌 운동화를 신기로 했다. 그래도 뭐 어떤가, 떠난다니 신나기만 했다.
사진 픽사베이
그때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 말은 보통 일이 잘 성사되지 않을 때 쓰이는 말이다. 하필 여행 가는 날 비가 올게 뭐람. 가는 날이 장날이군.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이사 간 친구를 만나러 간 양평에 오일장 서는 날을 피해 가서 아쉬웠던 기억이 났다. 가는 날이 장이 서는 날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시장에 볼거리도 많았을 텐데. 그러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은 좋은 말이 아닐까? 그런데 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쓰이는 말이 되었을지 의문이 들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은 어떤 사람이 친구에게 볼 일이 있어 큰맘 먹고 찾아갔는데, 마침 그날 마을에 장이 서는 바람에 친구가 장에 가고 집에 없어서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사진 픽사베이
원래 "장날"은 장사를 지내는 날을 뜻하는 말이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이 서는 날'로 의미가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긍정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하니 그 뉘앙스에서 의아심이 들었던 것이다.
서울은 그나마 비가 소강상태라 질척이지 않고 공항에도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여유롭게 탑승준비를 마치고 지문인식만으로 빠르게 출국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바이오등록까지 했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나서도 시간이 여유로웠는데 제주공항의 호우주의보로 비행기 출발이 지연되었다. 카페에 앉아 각자 가지고 온 책을 읽었다.
생각보다 시간은 잘 갔고, 곧 비행기에 탑승했다. 구름 위로 올라간 비행기 창밖으로 맑은 하늘이 보였다.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멀리 한라산은 구름에 가려 윤곽도 보이지 않았다. 낮인지 저녁인지 알 수 없는 날씨였다. 비가 펑펑 내리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첫 번째 코스가 실내여서 구경을 잘하고 나오니 그런대로 숙소까지 무리 없이 일정을 진행했다.
둘째 날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신경 쓰였던 비가 오지 않았다. 너무 덥지도 않고 너무 춥지도 않아 만장굴을 걷고, 비자림을 산책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성산일출봉까지 오르는 동안 바람이 별로 없는 날씨였다.
가는 날이 장날, 이제 나에게 이 말은 가는 날 마침 장이 서서 평소에 하지 못하던 멋진 구경도 하고 장에 나간 친구를 만나 신나게 노니 금상첨화인 날을 생각나게 할 것 같다. 흐린 제주의 바다에서 색다른 느낌을 경험하고 기억에 남는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온 것처럼.
따뜻한 봄날 또 가고 싶다. 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