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려보낸다

by 한량아끼
3(1440x2960).jpg '흘려보낸다' 일러스트 / 한량아끼

나는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일이 부끄럽다고 생각했었다


완벽하게 완성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거면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다듬어지지 않은 그림과 생각이 담긴 문장은

타인들에게 보여주면 안 된다는 묘한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20대의 난 그래서인지 내 생각을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것조차 무서워했고

늘 '난 다 좋아, 너 좋은 걸로 해'라는 말 뒤로 숨어

나를 드러내지 않아야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건 사실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예전의 내가 무의식적으로 하던 행동들이었을 것이다


근데 생각해 보면

늘 변하는 인간에게 있어 완벽함이라는 게 있나 싶다

그냥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있을 수는 있어도

완성이라는 개념은 없다

내가 최선의 노력을 했다면 놓아줄 수도 있어야 하고

흘려보내줄 수도 있어야

내가 고여 썩지 않고 성장이라는 걸 하는구나 싶었다


그런 의미로 계속 들고 있던 이 그림을 흘려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