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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Good Dec 08. 2020

감기

코로나 19 시대의 감기

환절기만 되면 으레 감기 한 번은 걸려 넘어가야 한 해가 지나간다. 

아이들도, 나도, 감기 한번 안 걸리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흔하디 흔한 병이다. 

병원에 가보면 사람들로 북적이고, 아이들 소아과라도 갈려면 예약하지 않으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는 소아과는 매번 만원이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아이들 울음소리, 기침소리, 코를 훌쩍이는 아이들.

열심히 옆에서 닦아주고 안아주고, 칭얼대는 아이들을 달래느라 분주한 엄마. 그리고 아빠들.


올해 초 코로나라고 불리는 감기 아닌 감기가 유행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그 많던 감기환자는 사라졌다. 병원도 한산하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아이들이 유사 증상만 생겨도 코로나가 아니라는 확인서를 끊어가야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병원을 방문하게 된다. 그런데, 작년까지만 해도 사람으로 가득 찼던 병원 안은 너무 조용하다. 기침하는 아이도 없다. 칭얼대고 떼쓰는 아이도, 달래는 엄마 아빠도 보이지 않는다.


전염병이라는 게 원래 무섭다. 병보다 무서운 게 '전염'된다고 하니 제일 먼저 피하게 되는 '사람'이다. 

처음엔 그 사람이 '남'이 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주변 사람'이 되었다가, 점점 '친척'에 심지어 이제는 '가족'까지도 피해야 하는 상황이 닥쳐왔다. 


비대면


정말 난생처음 들어본 것 같은 단어.

증권계좌 만들 때, 비대면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을 들어본 것 같긴 한데, 그 당시 왜 그렇게 어색한 단어였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매우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온라인보다 더 익숙해진 '비대면'.


나 같은 세대들은 사람 만나야 일이 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고, 사람이 '돈'이라고 배워온 세대인데, 그래서 그런지 사람을 피하는 '비대면'시대에 돈 버는 방법도 전혀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서로 안 보면 안 볼수록 좋아하는 사업들 말이다. 


음식을 배달시키면, 집 앞에 조용히 놓고 사라지는 세상.  

'딩동' 소리에 나가보면, 물건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런데, 이게 지금 시대에는 예의고 매너다. 요즘은 불편하지 않은 풍경이다. 오히려 편한 모습들이 된 것도 사실이다.


나도 가을에서 겨울이 될 즈음 환절기에는 감기가 곧잘 걸리곤 했다. 

가끔은 몸살감기로 며칠을 고생하기도 하고, 몇 날 며칠을 감기로 콜록이며 지내기도 한다. 


그렇게 병원에 환자가 없는 요즘 같은 세상에도, 나에게 감기는 여지없이 찾아왔다.


목이 간질간질.. 재채기가 날려면 어떻게 참아야 하나 온갖 얼굴을 찡그려 봐도 쉽지 않다. 

목감기에 목소리도 쉰 거 같고, 요즘 사람들은 누가 감기라도 걸리면 굉장히 걱정한다. 어찌 되었건 걱정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어디 차라리 코로나 검사라도 받고 오는 게 편하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며칠 사무실을 쉬었다. 어지간히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더라.


출근해서 10시쯤 되었나, 웅성웅성. 

건물 아래층에 확진자가 나왔다고 한다. 

정말 이제 코로나가 코앞에 찾아온 것 같다. 

다들 웅성거리고, 검사를 받을 사람은 받으라는데, 뭐 아직 역학조사로 개별 연락 온 것도 없고, 아래층 사람들 결과도 내일 나온다는데 굳이 받아야 하나 싶었다.


'아이도 있으신데, 얼른 받으셔야 죠?' 어느 직원이 귀띔한다. 자기도 받으러 간다면서 말이다.


그런가? 괜히 가서 걸려오는 거 아닌가? 이래저래 한동안을 고민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요즘같이 마스크 다 쓰고 다니는 세상에 설마 하니 누구 하나 걸렸을까 봐?


결국, 나는 보건소로 갔다. 별 증상도 없고, 열도 없고, 이미 걸렸다고 해도 엎어진 물인데...

지난 주말엔 유난히 애들이랑 많이 놀았는데..ㅠㅠ 하면서 말이다. 


검사를 받으러 가는 길 속에서는 자꾸 찜찜한 생각이 든다. 


'혹시 걸렸으면 어쩌지?' 

'검사 결과가 잘못 나오는 경우도 있다잖어?'

'멀쩡한데 괜히 받으러 가는 거 아니야?'


다음날 아침,

보건소에서 문자가 도착했다.


"000님 **보건소입니다. 
코로나 19 검사 결과 음성임을 안내드립니다
앞으로도 마스크 착용 및 개인위생 수칙 준수 부탁드립니다."


정말이지 변리사 시험 합격할 때 보다 기쁜 것 같더라.

다행히 아래층도 추가 확진자도 안 나오고, 별다른 사항들은 발생하지 않은 모양이다. 


감기. 원래 감기는 불치병이라던데. 특별한 약이 없다고들 하던데.

미국은 코로나 이전 시대에도 독감으로 한해에도 수백 명 이상이 사망한다고도 하던데.


감기, 올해 감기는 유난하다. 

열이나도 안되고, 기침해도 안되고, 어디 가서 감기 걸렸다고 말도 못 한다. 


내년에는 누군가 열이 나고 기침으로 콜록거리면, 

조용히 다가가서, 


'별거 아니야, 감기니까 괜찮아'


하면서 서로서로 다독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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