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그래도 예쁘다.
2015년 1월, 아이의 첫 감기
해가 바뀌고 아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감기에 걸렸습니다.
여름에 태어나 처음 맞이하는 겨울이 아이에게도 힘들었나 봅니다.
아이와 병원에 다녀와 친정으로 향했습니다.
첫 감기로 기운이 없어진 아이를 보는데 마음이 짠하면서도 감기라는 것도 걸리고 자그마한 아이가 할 것 다하는구나 싶어서 귀엽기도 한 엄마였습니다.
친정에 도착하고 손을 씻는 사이 방한우주복으로 중무장한 아기는 인형처럼 소파 구석에 앉아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드라마 다모에서처럼 "아프냐? 나도 아프다!" 이렇게 되어야 하는데......
어째서 "아프니? 그래도 너무 귀엽다"가 되어버렸습니다.
외할머니 역시 감기 걸린 선우가 너무 귀여우셨나 봅니다.
작은 몸으로 기침도 하고 그 자그마한 코에서 콧물도 나오는 이 작은 존재가 외할머니 눈에는 너무 사랑스러워서 "선우야 미안. 그래도 예뻐서 말이야"라는 말을 하셨다고 합니다.
아이가 처음 감기에 걸렸던 날 밤.
마냥 귀여워 보이던 아이는 군대 교관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나를 안아라 재워라 먹여라'
밤새 친정엄마와 교대로 안고 흔들고 토닥여가며 재우느라 모처럼 모녀는 신생아 특급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르륵 잠이 든 것 같아 내려놓으면 울고, 안으면 자고, 팔 아파서 잠시 내려놓으면 다시 안으라고 울고!
오래간만에 우리 모녀는 아이를 간호하느라 밤새 전쟁을 치르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그것이 사랑인 것을!
아픈 외할머니가 다 아파주마 하시며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에 밤새 함께 밤을 지새워주셨습니다.
회사에 출근한 어느 날
아이의 기가 막힌 하루에 친정엄마는 실시간으로 문자를 보내주셨습니다.
"니 아들 오늘 기차다! 9시에 맘마 먹고 잠들었는데 5번을 눈을 감고 깨서 울기를 반복하며 토닥여주면 또자고 토닥여 주면 또자고... 12시경에는 끼고 누웠더니 1시까지 자더라"
감기 걸리고는 엄마와 외할머니의 손을 탄 아가는 한동안 누워서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사람의 온기를 갈구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외할머니 품에 안겨서는 한참을 푹 자고요.
실컷 자고 일어나서는 기운이 넘쳤네요
"옹알이도 하고 음악도 발로 켰다가 바꾸고 와! 변화무쌍하다ㅋㅋㅋㅋ"
늘 딸이 퇴근하기 전에 미리 목욕까지 싹 시켜놓으시던 엄마는 낮에 목욕시키다 일어난 일도 실시간으로 알려주셨습니다.
"오늘 목욕하다 빠질 뻔했다. 어찌 버둥대고 노는지... 그 깔판은 왜 또 같이 춤을 추는지^^"
"근데 몸 말리는 중에 다리를 올리고 오줌을 싸는 바람에 그게 어디로 갔겠나?
얼굴과 가슴으로 쭈~~~ 욱"
기운이 없는 외할머니와 달리 기운이 넘친 아이는 외할머니 앞에서 다양한 사건의 연속으로 심심할 틈 없이, 딴생각할 틈 없이 외할머니를 움직이며 웃게 만들어주려 했나 봅니다.
나 혼자서 독박육아로 이런 일을 겪었더라면 마냥 웃으면서 "아고 잘했네" 할 수 있었을까요?
그러나 친정어마는 외로운 날들에서 아이와 함께 한 북적거리는 시간 속으로 향해 가는 동안 힘에 부치면서도 감사하며 하루를 보내셨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랑이 있었기에 아이는 마음껏 떼를 부리고, 칭얼대고, 외할머니 등에 매달려 하루를 보냈습니다.
매일 엄마의 문자로 일하는 동안에도 아이가 어떻게 크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매 순간 무엇이 아이에게 스쳐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두고 직장에 간 어미의 심정이 어떤지 잘 알아주는 친정엄마였기에,
엄마와 떨어져 있는 아이의 마음이 어떠할지 잘 알아주는 외할머니였기에......
지나온 시간이 담긴 일기가, 사진이 말해주는 그 시간 속에 잠시 머물다 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따스히 알아준 엄마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꼭 안아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