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출근해야 한단다.
금쪽같던 출산휴가
아이가 태어나 하루하루가 소중하기만 했던 90여 일의 시간이 금세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아이 낳고부터 쓴 출산휴가 90일이 여유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백일 준비도 해야 하고, 아이랑 친정엄마랑 잘 지내도록 미리 적응도 해야 하고,
출근하기 전과 출근 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미리 계획도 해두어야 하는데 걱정이 되더군요.
그런 걱정은 아이를 돌보실 엄마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거 같습니다.
모유에 익숙했던 아이라 유축했던 모유가 모자라면 분유라도 먹여야 하는데 잘 먹을지
엄마가 출근한 걸 알고 낮동안 빽빽 울고 찾지는 않을지
본인도 힘든 몸으로 아이랑 아침부터 저녁까지 잘 보낼 수 있을지
예순이 다 되신 엄마에게도 아이와 오롯이 마주할 시간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셨을 테지요.
하지만 엄마는 그 시간을 기대로 바꾸시고,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만들어 가셨습니다.
외할머니와 외손주와의 알콩달콩한 시간!
딸이 없는 동안 잘 먹지 않던 분유를 먹이며 혼합수유를 하려고 시도하다 보니 온도를 맞추는 것이 엄마에게도 낯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는 저희 두 남매를 키우시는 동안 모유수유로 키우셨기에 분유가 익숙하지 않으셨을 거예요. 아이가 뜨거운 온도에 울고 나서야 엄마는 아차 하며 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안아주고 달래주었을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그리고 퇴근하고 와서 내가 해도 된다고 그렇게 말을 해도......
엄마는 퇴근하고 돌아온 딸이 힘들까 봐 아이 목욕도 다 시키시고, 낮잠 자는 동안 머리도 깎아 놓으시고,
빨래도 다 개어놓으시고 그래도 여유가 나면 아파트 앞 마트에서 장을 봐다가 반찬까지 해놓으셨습니다.
울트라 슈퍼우먼 우리 엄마!!
한 뼘 더 커진 아이를 혼자 목욕시키며 구석구석 씻기고 쓰다듬으며 사랑을 부어주셨을 엄마.
딸이 고생할까 미리 본인이 고생을 자처하신 엄마.
드디어 출산휴가 후 첫 출근!
딸의 오랜만의 출근을 응원하며 엄마는 익숙하게 아이를 챙기셨습니다.
연습했던 대로 아이는 분유와 모유를 잘 먹어주었고, 할머니와 노는 시간도 잘 적응하며 긴 하루를 순간으로 만들어갔습니다.
엄마의 일기를 보니 잘 노는 거 같아도 회사로 엄마를 보내고 기다리는 아이의 심정을 더 헤아려 주셨던
엄마의 마음이 녹아져 있습니다.
잠 연관이 엄마와 되었던 아이에게 엄마의 가슴은 편안함과 익숙함의 의미이자 엄마의 사랑인 것을 알기에
그동안 엄마 없이 가짜 젖꼭지로 버틴 아이의 마음을 아셨던 거지요.
회사에서 눈치를 보며 유축을 하며 모유를 비워내도 퇴근시간이 되면 가슴은 아이가 먹어야 할 모유로
가득 차올랐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아이를 안고 젖을 물리면 아이도 기다렸다는 듯이 힘차게 먹으며
엄마에게서 온기를 느꼈습니다.
두 집 살림
엄마는 친정집과 딸네 집 두 곳에서 생활을 하셨습니다.
주일 저녁 딸네로 내려와서 금요일 오후에 속회를 드리러 다시 친정집으로 올라가셨습니다.
평일은 아빠 혼자 아침식사와 퇴근 후 식사를 챙겨 드시고,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 동안 부모님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딸을 위해, 손주를 위해 기꺼이 그런 희생을 감당해주신 부모님.
주중에 그렇게 정성껏 돌보고 올라가셔도 발이 떨어지지 않고 미안해하셨던 엄마.
처음 아이를 키우는 사위가 못 미덥기도 하고, 두 남자가 같이 고생할까 봐 내심 걱정이 되셨던 엄마.
그래도 그렇게 마주해야 또 적응하고 성장하기에 사위가 오기 전 아이를 재워놓고 아이가 잠들면 조용히
집을 나서셨습니다.
그리고는 아이가 잠에서 깨면 신랑은 제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는
"엄마 왔다!"하고 반가워했지요.
이제는 육아의 달인인 신랑이지만 이때만 해도 처음 아이를 키우며 인생의 참맛을 느꼈을 겁니다.
아이가 잘 생기지 않던 신혼 초, 아이 갖는 것에 전념하고 싶어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까 엄마와 고민을 나눴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엄마는 엄마가 힘들어도 봐줄 수 있을 만큼 봐줄 테니 절대 그만두지 말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엄마가 살아보니 여자도 일을 하고 능력이 있어야 된다고......
아기를 보다 엄마가 조금 쇠약해질 수는 있지만 그건 너희 탓이 아니라고, 엄마 몸이 건강하지 못해 그 과정을 밟게 되는 걸 거라고......
엄마의 조언대로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가 이토록 희생해주셨기에, 일도 육아도 어느덧 자리를 잡아 감사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딸의 출근을 딸보다 더 격려하고 원하셨던 엄마.
엄마!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