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리던 날
첫눈이 내리던 날
11월의 마지막 날, 이 날은 저희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입니다.
매년 엄마와 아빠의 기념일을 챙겨드리며 두 분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함께 하시기를 바라며 저도 두 분 덕분에 세상에 태어났음을 감사하던 날입니다.
그리고 제가 해외출장을 가는 날이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살아온 지금까지 가족을 두고 혼자서 해외를 나가본 적은 처음이네요.
두 아이를 챙겨야 하는 신랑 걱정에, 아직도 엄마랑 같이 자야 하는 두 아이 걱정에 출국날 아침까지도 두 아이를 챙기며 최대한 감정에 미리 약을 발라두려 노력하고 떠납니다.
그리고 친정아빠가 친히 공항까지 데려다주셨습니다.
아빠와 차를 타고 오며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아빠를 한번 힘껏 안아드리고 인사를 하고 떠났는데
돌아가시는 차를 바라보며 눈물이 핑 돌기도 했습니다.
다음날이면 12월의 첫날이네요.
8년 전 12월의 첫날에는 첫눈이 내렸었어요.
엄마의 일기에 첫눈을 바라보며 흥분했던 우리들의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처음일 테지만 그중에서도 첫눈은 또 정말 많은 의미가 있지요.
저녁에 바라본 첫눈에 우리도 신났지만 이 첫눈을 보여주려던 친정엄마와 신랑.
아이와의 첫눈을 기념하려 베란다에서 창문을 열고 눈이 내리는 풍경을 보여주었던 시간입니다.
모든 것을 함께 하고픈 마음.
모든 순간에 함께 하고픈 마음.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고, 가족의 마음이지요.
백일잔치
드디어 아이의 백일날이 왔습니다.
모두가 모일 수 있는 토요일, 시댁에 장소를 마련해 정성껏 백일상을 차려 준비했습니다.
가족만의 행사이지만 그래도 예쁘게 남길 사진을 위해 테이블도 세팅하고, 떡과 케이크도 맞추고,
예쁜 꼬까옷도 사 입혔던 초보 엄마, 아빠였습니다.
그 시절의 사진을 다시 꺼내보니 우리는 너무나 젊었고, 백일을 맞은 아기처럼 아가 아가 한 어른들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고 행복했던 순간에 모두가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던 시간이었습니다.
양가 어른들의 사랑과 축복을 받으며 행복한 아이의 백일을 기념하는 순간이 오래도록 따듯했습니다.
그리고 맞이한 월요일에는 엄마는 회사일로 세미나에 갔고, 아빠도 출근하고, 친정엄마는 진료 때문에 병원에 가시는 날이라 오랜 시간 친가에서 아이는 사랑을 받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백일만에 처음 친가에서 듬뿍 사랑을 받으며 아이도 잘 적응해주었습니다.
엄마의 진료
엄마는 어려운 시기에 아이를 봐주셨습니다.
유방암으로 항암치료를 하던 시기셨어요.
아기를 기다리실 때도, 아기를 처음 만날 때도, 지금까지 아기를 봐주시는 동안도 엄마는 3주에 한 번씩 병원을 가시고, 주사를 맞고, 약을 드시며 힘겨운 항암치료를 이어오고 계셨습니다.
엄마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어드리는 것이 아닐까 많이 망설이기도 하고,
엄마가 힘들지 않을까 늘 걱정도 했지만...... 엄마는 엄마가 직접 아이를 돌보고 싶으시다고......
이 아이가 엄마의 희망이고 비타민이라고 아이를 보는 것을 자처하셨습니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엄마에게 남은 시간을 아이와 딸과 함께 보내고 싶었던 엄마의 힘겨운 결정이셨던 것 같습니다.
엄마는 항암치료로 힘든 시간을 보내셔야 했습니다. 그것이 안쓰러워 그저 엄마의 일을 덜어드리는 것이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편안히 주무실까 고민하며 엄마도 아이처럼 바라보고 돌봐드리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 외할머니의 고통을 아는지 아이는 할머니의 바람대로 보채지 않고 잘 놀고 잘 자고 잘 먹고 속 깊은 아이처럼 잘 지내주었습니다.
참 다행이지요.
아이와 깊은 감정의 연결이, 사랑의 끈이 서로를 의지하며 깊은 위로와 힘을 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아이는 여전히 할머니를 사랑하는 착한 아이로 자라주고 있습니다.
첫눈이 내리던 날, 엄마와 나 그리고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