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하기 그리고 특별한 날
김장의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요즘은 퇴근길에 아파트 공동현관 앞에 들어서면 막 담근 김치 냄새를 맡곤 합니다.
친정에서, 시댁에서 김치를 하고 자동차 트렁크에 바리바리 실어 인사하는 분들을 보며 김장 시즌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허리가 끊어질 듯 절인 배추를 헹구고, 양념을 버무리고, 한 포기 한 포기 정성껏 감싸 넣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주방에서 막 삶아낸 돼지고기와 굴을 넣고 맛있게 무쳐주신 엄마의 김치를 먹으면 김장의 고단함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 맞이하는 김장날.
엄마와 저는 살짝 긴장을 했습니다.
'매콤한 냄새가 퍼지는 거실에서 아이가 잘 버텨줄까?'
'손에 벌겋게 묻히고 있을 때 울면 얼른 달려가야 하는데 타이밍이 잘 맞을까?'
그런 세심한 걱정이 엄마의 일기에도 묻어납니다.
그래도 엄마는 설렘이 더 크셨던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하고 싶었던 김치가 많았던 엄마는 결국 출근해야 하는 사위를 붙잡아두고 아이를 맡겼습니다.
두 모녀는 김치 한번, 아이 한번 쳐다보며 김장을 시작했습니다. 이왕 시작한 거 식구들이 좋아하는 알타리 김치, 배추김치, 섞박지, 갓김치, 동치미까지 잔뜩 욕심을 내어 일을 벌였습니다.
엄마는 그런 존재이죠.
잘 먹어주는 식구들 생각하면 일 년에 한 번 김장한다고 몸이 부서져라 힘들어도 끝내 다 마무리하고 김치통마다 가득가득 채워야 마음이 든든한 억척스러움이 있지요.
그 정성을 알았는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아이는 아빠와 잘 놀고, 잘 버텨주었습니다.
덕분에 그날 저녁 보쌈김치까지 맛있게 먹고 앞으로 일 년 가까이 두고두고 먹을 김치가 생겼습니다.
깔끔하고 시원했던 엄마의 김치, 조금 익혀 김치찌개를 해 먹어도 맛있던 엄마의 김치가 그립네요.
몇 번을 배워보려고 했지만 멸치액젓, 황석어젓 등등 들어가는 젓갈도 여러 종류고 비율도 엄마 마음대로라 배우기가 어려워서 미루기만 했더니 이제는 배울 수가 없네요.
엄마가 발견한 빅뉴스!!
조용히 앉아 다음 해 달력을 들추며 가족들과 집안 행사를 정리하던 엄마는 신기한 걸 발견했다고 달려왔습니다. 바로 엄마의 사랑, 선우와 엄마의 생일이 같은 날이라는 사실을요!
내가 제일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한날에 생일이라니!
그것도 선우의 첫돌에!
그것도 엄마의 환갑 생신에!
정말 빅뉴스죠!!
흔하지 않은 귀한 이벤트가 한날이라는 사실에 엄마는 다가올 선우의 첫돌과 엄마의 60번째 생일인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셨습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의미 있는 생일날이 같은 날이라니 두 사람의 인연은 보통이 아니었네요.
엄마는 아이에게, 아이는 엄마에게 깊이 의지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고,
앞으로의 시간도 그렇게 보내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의 깊은 뜻이 있으셨나 봅니다.
엄마가 그린 두 개의 초처럼 두 사람은 저에게 참으로 중요한 존재이고 특별한 의미를 가져다줍니다.
엄마의 글처럼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앞으로도 영원히 특별한 사랑이기에.
내 사랑을 둘로 나누어도 하나의 사랑이 또 하나의 커다란 사랑으로 커져 매일 저를 살아가 합니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