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일기 정리 프로젝트, 네 번째

김장하기 그리고 특별한 날

by hummingham
김장의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요즘은 퇴근길에 아파트 공동현관 앞에 들어서면 막 담근 김치 냄새를 맡곤 합니다.

친정에서, 시댁에서 김치를 하고 자동차 트렁크에 바리바리 실어 인사하는 분들을 보며 김장 시즌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허리가 끊어질 듯 절인 배추를 헹구고, 양념을 버무리고, 한 포기 한 포기 정성껏 감싸 넣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주방에서 막 삶아낸 돼지고기와 굴을 넣고 맛있게 무쳐주신 엄마의 김치를 먹으면 김장의 고단함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 맞이하는 김장날.

엄마와 저는 살짝 긴장을 했습니다.

'매콤한 냄새가 퍼지는 거실에서 아이가 잘 버텨줄까?'

'손에 벌겋게 묻히고 있을 때 울면 얼른 달려가야 하는데 타이밍이 잘 맞을까?'

그런 세심한 걱정이 엄마의 일기에도 묻어납니다.


아이와 처음 맞이하는 김장날


그래도 엄마는 설렘이 더 크셨던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하고 싶었던 김치가 많았던 엄마는 결국 출근해야 하는 사위를 붙잡아두고 아이를 맡겼습니다.

두 모녀는 김치 한번, 아이 한번 쳐다보며 김장을 시작했습니다. 이왕 시작한 거 식구들이 좋아하는 알타리 김치, 배추김치, 섞박지, 갓김치, 동치미까지 잔뜩 욕심을 내어 일을 벌였습니다.


엄마는 그런 존재이죠.

잘 먹어주는 식구들 생각하면 일 년에 한 번 김장한다고 몸이 부서져라 힘들어도 끝내 다 마무리하고 김치통마다 가득가득 채워야 마음이 든든한 억척스러움이 있지요.

그 정성을 알았는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아이는 아빠와 잘 놀고, 잘 버텨주었습니다.

덕분에 그날 저녁 보쌈김치까지 맛있게 먹고 앞으로 일 년 가까이 두고두고 먹을 김치가 생겼습니다.


깔끔하고 시원했던 엄마의 김치, 조금 익혀 김치찌개를 해 먹어도 맛있던 엄마의 김치가 그립네요.

몇 번을 배워보려고 했지만 멸치액젓, 황석어젓 등등 들어가는 젓갈도 여러 종류고 비율도 엄마 마음대로라 배우기가 어려워서 미루기만 했더니 이제는 배울 수가 없네요.




엄마가 발견한 빅뉴스!!


조용히 앉아 다음 해 달력을 들추며 가족들과 집안 행사를 정리하던 엄마는 신기한 걸 발견했다고 달려왔습니다. 바로 엄마의 사랑, 선우와 엄마의 생일이 같은 날이라는 사실을요!


내가 제일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한날에 생일이라니!

그것도 선우의 첫돌에!

그것도 엄마의 환갑 생신에!



손주와 외할머니의 특별한 생일 발견!


정말 빅뉴스죠!!

흔하지 않은 귀한 이벤트가 한날이라는 사실에 엄마는 다가올 선우의 첫돌과 엄마의 60번째 생일인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셨습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의미 있는 생일날이 같은 날이라니 두 사람의 인연은 보통이 아니었네요.


엄마는 아이에게, 아이는 엄마에게 깊이 의지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고,

앞으로의 시간도 그렇게 보내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의 깊은 뜻이 있으셨나 봅니다.

엄마가 그린 두 개의 초처럼 두 사람은 저에게 참으로 중요한 존재이고 특별한 의미를 가져다줍니다.

엄마의 글처럼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앞으로도 영원히 특별한 사랑이기에.

내 사랑을 둘로 나누어도 하나의 사랑이 또 하나의 커다란 사랑으로 커져 매일 저를 살아가 합니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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