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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책이 자주 완벽한 내편이 되는

<나로 사는 힘>, 백영옥 지음

by lee나무

존 피치(John Fitch)와 막스 프렌젤(Max Frenzel)의 책 <<이토록 멋진 휴식>>에는 여가에 해당하는 고대 그리스어 '스콜레(scole)'는 라틴어 '스콜라(scola)'와 현대 영어 '스쿨(school)'의 어원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학교로 알고 있는 스쿨의 본래 의미가 여가와 문화를 잘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을 돕는 곳이라는 것이다. 사실 고대 그리스어나 라티어엔 일을 뜻하는 단어조차 없었다.


'학교가 사람이 여가와 문화를 잘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곳'이라니. 좋은 직업을 얻고, 돈을 많이 벌고, 권력r과 높은 지위를 차지하도록 돕는(?), 아니 사회화 과정을 습득하게 하는 곳이 아니라.

학교(school)라는 낱말이 가진 본래의 의미에 충실해 보면, 결국 최소한 12년의 학교교육을 받은 대부분의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여가와 문화를 잘 즐길 수 있어야'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클라우디아 해먼드의 책 <<잘 쉬는 기술>>에는 고대 영어 단어 'raeste'는 'raste'라는 고대 독일어와 'rost'라는 고대 스칸디나비아어 단어에서 유래한다고 말한다. 책에 의하면 이 단어들은 휴식이라는 뜻 외에 '수 마일의 거리' 또는 '수 마일의 거리를 온 뒤의 휴식'을 뜻하기도 했다. 해먼드는 진정한 휴식이 활동을 마친 뒤 온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휴식을 뜻하는 고대 영어 단어의 유래는, 쉬기만 하면 오히려 쉰 느낌이 들지 않는 '휴식의 역설'을 잘 설명해 준다. 자고 먹기만 했던 5일간의 추석 연휴나, 토요일 새벽 4시까지 드라마를 보고, 일요일 오후 3시에 눈을 뜨면, 잘 쉬었다는 느낌보다 어쩐지 허망했던 이유가 그것이다. 야근 후 휴식이 더 달콤하고 열심히 일한 후 떠나는 여름휴가가 더 적절하게 느껴지는 이유 말이다.


해먼드는 적절한 휴식에도 최적의 양이 있다고 잘라 말한다. 이 양을 넘어서면 행복지수가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규모 정리 해고나 코로나 19 같은 긴급 상황으로 강요당한 휴식은 그 효과가 거의 떨어진다.


확실히 쉰다는 느낌을 주는 10가지 활동을 발표했다.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활동이 휴식의 상위권에 단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상위 5위까지의 활동은 모두 '혼자서'하는 휴식이다. 산책, 걷기, 음악 듣기, 목욕, 잡념에 빠지기 등이 상위권에 있는데.


클라우디 해먼드의 책 <<잘 쉬는 기술>>에서 135개국 1만 8천여 명이 꼽은 휴식 1위는 무엇일까. 바로 독서였다.


나의 여가와 휴식은 해먼드가 말하는 '최상의 휴식'과 일치점에 있다. 감사하다. 나의 선택이 어긋나 있지 않음에.


나는 산책한다. 산책은 내가 호흡하고 살아있게 하는 그 무엇이다. 산책하며 나와 자연과 교감한다. 나는 걷는다. 걷다 보면, 사계절이 펼쳐내는 자연과 접촉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맑아진 몸과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밥먹듯이 산책한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계절을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기 위해.


나는 음악을 듣는다. 가사가 있는 음악보다 내 사고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클래식을 무의식적으로 흐르게 둔다. 일하는 하루 종일 거의 KBS 클래식 채널이 나의 책상 주변을 감싸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음악은 나를 안정시킨다. 가끔 그날 기분에 딱 어울리는 음이 흐르면 눈을 감고 잠시 감상한다. 그것만으로 나는 충분하다. 하루의 양식을 채운 기분이 드는 것이다.


나는 목욕을 즐긴다. 특히 겨울에는 더욱 그렇다. 손발이 천성적으로 찬 특성이 있어서 겨울날 욕조에 물을 따뜻하게 받아서 몸을 담그고 있으면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신다. 잠도 잘 온다. 가끔 사막처럼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라에 살고 있지 않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하고 생각한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유튜브로 음악도 듣고 강연도 듣고 뉴스도 본다. 아주 피곤한 날에는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다. 그러고 나면 몸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나는 잡념에 빠진다. 특히 독서를 하는 중에 이런 일이 자주 있다. 읽다가 딴생각을 하고 쓰기도 한다. 잡념이 잡념이 아닌 이유다. 어쩌면 내 본연의 생각일 것이다.


휴식 1위가 독서란다.

맞다. 독서를 하고 난 뒤는 제대로 충만한 느낌이 든다.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휴식인 셈이다. 인간이란 몸과 마음의 양식이 모두 필요한 존재이기에. 독서와 멀어진 며칠을 텔레비전을 보며 편안하게 쉬었는데도 도무지 몸이 개운하지 않고 '허함'이 있었던 이유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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