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진짜’ 프랑스인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나는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관계를 추구하는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인들은 가족, 친구, 연인끼리 많은 대화를 나누고 깊은 이야기를 공유한다. 과장해서 칭찬하거나 열렬하게 사랑을 표현하기보다는 그저 자연스럽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을 중시한다.(26쪽)
프랑스인은 아무래도 지적이고 유머러스한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어디서나 재밌고 똑똑한 사람이 인기가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서로 얘기가 잘 통하고 재미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본다. 야망이 있는지, 경제적 조건이 좋은지 같은 요소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남자가 여자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 주변의 여자 친구들도 경제적 여유보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편안하게 대해 주는 사람을 더 선호한다. (46쪽)
책을 읽고 난 뒤, 영화를 함께 본 뒤, 자연스럽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가 느끼고 생각한 것을 깊이 대화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면, 그 사람은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과 영혼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고, 살아내는 매우 중요한 삶의 동력이다.
"맞아, 우리가 대화다운 대화를 할 줄 모르지. 배워본 적도 없고 해 본 적도 없고."
이야기 중에 친구가 맞장구치며 한 말이다.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서로가 영혼의 양식이 되는 '시간 함께 보내기', '소중하고 편안하게 대하기', '많은 대화를 나누고 깊은 이야기 공유하기' 등 프랑스 사람처럼 '따라 해 보면' 좋겠다 싶다. 우리는 충만하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기 위해 돈도 벌고 하기 싫은 일도 견디며 살고 있으니까.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고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흠뻑, 딱 거기에만 집중해 보기. 다행히 영혼의 양식은 매일 안 먹어도, 고갈되는 데까지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니까.
교사가 되려면 석사 학위도 있어야 하고 시험도 봐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해서 교사가 돼 봐야 예전보다 교권도 약해졌고, 보수도 그리 높지 않다.(중략) 교육기간이 길어진 데 비해 업무 여건은 큰 메리트가 없다 보니, 교직에 좋은 인재가 많이 들어오지 않는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156쪽)
수업 분위기는 한국이랑 비슷하다. 학생들은 대체로 수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프랑스 학생들도 서로 눈치를 보면서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려 한다. 아예 수업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많다.(160쪽)
'주 4일 수업제' , 수업일수 162일
수업을 몰아서 하는 만큼, 쉴 때는 또 확실하게 쉬어야 한다. 여름에는 거의 2개월 정도의 방학이 있고, 방학 외에도 매 6주 정도마다 1~2주씩 쉬는 기간이 있다. 학년이 9월에 시작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11월 1일부터 일주일 정도 휴일이 시작되는 식이다. (161쪽)
이러니저러니해도 프랑스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보다는 압박을 덜 받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선행 학습에 대한 부담이 없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 미리 배워야 한다거나, 진도를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이 없다.
프랑스 학생들에게 청소년기는 미래를 위해 공부하느라 희생해야 하는 시간이 아니다. 바칼로레아 걱정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학생들보다는 시간도 마음도 여유롭다. 자연히 청소년기는 '자기 자신'을 만들어 가는 시기가 된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탐색한다.(162쪽)
교사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직업이 되는 건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인 것 같다. 학생수 급감, 민원 폭증, 교권추락, 교육양극화 심화.....
수업은 학생들이 좋아하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수업이란 지루한 과정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임을 깨놓고 말해주는 것이 낫겠다. 재미있는 수업이면 좋겠지만 통상적으로 재미에 전착하게 되면 수업 본연의 목적과 의미가 퇴색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아이들에게 '삶이란 수업처럼 지루한, 재미없는 것을 견딜 때 그 안에 숨은 '보물'을 드러내 보이는 것'임을 알게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다행인 것은 모든 수업이 재미없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다양한 교과, 다양한 주제, 다양한 활동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서 얼마든지 하루 중에서 재미있는 한 가지는 찾을 수 있을 테니. 아이들이 무심코 내뱉는 '수업, 재미없다'라는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땅의 선생님들이.
교직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제발 이 땅에서 교육에 있어서만은 '기회의 균등'이 보장되면 좋겠다. 부모의 경제력이나 교육력에 상관없이,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도 없는데, 능력 밖의 일이 능력이 되어버리는, 이런 잔인한 일들이 자라는 세대에게 당연하게 적용되는 이런 사회. 출생이 체념이 되는 그런 사회는 나쁜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