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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나무 May 25. 2023

네덜란드가 마음에 들어왔다.

램브란트와 배르메르의 나라

김선영 씨가 쓴 <물론이죠, 여기는 네덜란드입니다>를 읽는 동안 나는 이 나라가 마음에 들었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곳에서는 자유와 평등, 관용이 마치 햇빛처럼 또 공기처럼 사람들의 일상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풍차와 튤립의 나라'라는 동화와 같은 이미지부터 '마약과 매춘, 안락사 허용'과 같은 금전적인 키워드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나라 데덜란드.(중략) 해수면보다 국토가 낮고 나라 전체가 굴곡이 없이 평평하다. 높낮이가 없는 땅처럼 이곳에서는 사람 역시 높은 사람, 낮은 사람이 따로 없다.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 그래서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도 훨씬 많아서,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 죽음을 선택하고 낙태가 죄가 아닌 나라. 연예인들에게 무관심한 사람들, 명품남 명품녀가 없는 나라. 무엇이든 반대할 권리가 있는, 착한 기업이 성공하는 나라,  왕도 귀족도 아닌 시민의 나라. 검약과 합리가 몸에 밴 나라......


간혹 너무 앞서가서 공감하기 어려운 지점도 있지만, '합리적'이고 '깔끔하다'는 느낌이 물씬 난다. 무엇보다 겉치레 보다 본질에 중심을 두고자 하는 노력들이 사회 곳곳에 스몄고, 이러한 노력들이 시민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네덜란드는 두 화가,  램브란트와 베르메르의 나라로 내 마음 안에 자리잡기 시작했던 것 같다.

램브란트의 그림 <돌아온 탕자>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그림이다. 자기 몫의 유산을 모두 탕진하고 돌아온 작은 아들을 아무 말 없이 토닥토닥 어깨를 감싸 안아주는 아버지의 얼굴은 마치 '말하지 않아도 네 마음 다 안다. 잘 돌아왔다. 아들아! 무사해서 고맙다.' 하고 말하는 듯하다. 신발이 벗겨진 왼발, 해어진 옷, 아버지 품에 얼굴을 파묻은 아들의 뒷모습은 '아버지, 아버지, 늦게, 경험해보고 난 뒤에야, 겨우 비로소 깨닫는 나약한 인간을 너그러이 용서하소서.' 하는 듯하다. 그림을 바라보면서 나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를, 세상의 모든 아들들을 본다. 아버지와 아들에게 쏟아지는 빛을 등지고 선 네 사람의 모습에서도 걱정과 안도와 함께 '받아들이는 것이 삶이란다' 는 수용이 느껴진다.



램브란트, <돌아온 탕자>, 출처 네이버


요하네스 베르메르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그림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화가이다.  소녀의 눈빛이 너무나 맑고 초롱초롱하여, 진주 귀걸이가 소녀의 눈빛과 겹쳐지면서 저절로 눈길이 머물게 되는 그림이다. 어느 미술평론가는 '소녀의 눈빛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를 향하고 있고, 아마도 화가는 이 소녀를 사랑했던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인물화 보다 화가가 산 시대와 공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을 좋아한다. 화가 베르메르의 그림에서 그 시대 네덜란드 사람들의 일상을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삶과 대면한 순간에 사람들의 표정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그림 속의 주인공과 일치되는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 그의 그림이 좋은 이유이다.


베르메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출처 네이버


베르메르는 그렇게 많은 작품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모두 35점 정도 남겼다고 하니 한 편 한 편이 네덜란드 사람들에게는 보석일 것이다. 많지 않은 그의 작품 중에서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델프트 풍경>과 <델프트 거리>라는 작품이다. 이 그림은 베르메르 자신의 고향인 델프트시의 풍경을 그린 것이다. 17세기 네덜란드 성벽과 건물, 운하의 모습이 보이고 강변에 서 있는 사람들과 배들의 모습에서 그 시대 네덜란드 도시의 모습과 사람들의 생활을 상상하게 된다.

베르메르, <델프트 풍경>, 출처 네이버


<델프트 거리>는 <델프트 풍경>에서 본 어느 한 집을 당겨와서 좀 더 세밀하게 그린 거 같은 느낌이다. 전체적인 색감이 평온하다. 차분하게 집안일을 하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쓸고 닦고 꿰매며 그렇게 일상을 손질하면서 삶을 지속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바라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평화롭게 한다. 일상은 그런거라고.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지속되는 것, 그것으로 감사하고 충분한 그런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베르메르, <델프트 거리>, 출처 네이버

네덜란드.

책 속에서, 그림 속에서 만난 후 마음에 자리잡은 나라. 가서 보고 싶은 마음이 자꾸 커지고 있다. 운하를 바라보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앉아서 집과 사람들을 바라보고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서 베르메르의 그림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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