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시돌 목장에서 성이시돌 센터까지

겨울 제주 여행 3

by lee나무

가톨릭 신앙인이 되면서부터 여행지에 가면 새로운 버릇이 생겼습니다. 역사가 오래된 성당이나 성지, 수도원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성이시돌 목장'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역사가 전공인 남편이 '테쉬폰'이라는 독특한 양식의 건축물이 있다며 설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눈 덮인 목장에서 말들이 노는 평화로운 모습을 상상하며, 유기농 우유와 아이들을 위한 쿠기나 샌드도 살 겸 들리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목장 가까운 곳에 성당이 있다면 이곳 제주에서 기도의 은총을 누려야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우유부단' 목장 카페에 들러서 유기농 우유 2병을 사서 통유리창으로 바라보이는 겨울 이시돌 목장의 풍경을 바라보며 가져온 바나나와 달걀을 곁들어 허기를 달랬습니다.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사업장은 대개 소박하고 유기농이며 상업적이지 않아서 나는 참으로 좋아합니다. 우유를 마신 후 빈병을 수거하는 나무바구니도 얼마나 소박하고 다정한지 미소가 절로 피어올랐습니다.


사람들이 목장을 찾는 이유, 그건 당연히 말을 보기 위함입니다. 우리도 하얀 눈이 드문 드문 뒤덮인 목장에서 무리를 지어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을 보러 갔습니다.

"추울 텐데 왜 나와 있지? 주인이 나가라고 했나?" 남편이 말합니다.

"목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말들을 밖에 내보내지 않았을까? 마굿간에 온종일 갇혀 있는 것보다 더 좋아할 수도 있고..."

"쌍둥이 형제인가?"

"아니야, 부부야."

"그런가. 하하."

"말은 참 착해"

"그래, 눈이 참 순하게 생겨서..."

동물을 바라보는 것, 그들이 눈밭을 뒤지며 풀을 뜯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평화롭게 합니다.


이시돌 목장 기념품 가게에 들러 우유 캐러멜과 샌드를 사니 500ml 유기농 요구르트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핸드메이드 말인형 열쇠고리 장식도 하나 샀습니다. 친절한 가게 주인의 안내를 받아 우리는 성이시돌 센터로 이동하였습니다.


성이시돌 목장의 유래에 대해 검색해 보았습니다. 1954년 4월 아일랜드 출신의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 신부가 한라산 중산간 지대의 넓은 황무지를 목초리로 개간하고 1961년 11월 성이시돌의 이름을 따서 만든 목장이라고 합니다.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 신부님이 제주에 왔을 당시, 1954년 제주는 6.25 전쟁과 4.3 사건 등으로 매우 빈곤했고 주민들은 정신적으로도 매우 피폐해 있었습니다. 신앙을 전하는 것보다 제주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일이 더 급선무였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이시돌 목장이 있는 한라산 중산간 지대를 개간하여 목축업을 육성하는 일이 제주지역에서 가난을 물리칠 방안이라 생각했고 신부님의 삶을 통째로 몰두하여 '이시돌 목장'이 탄생했습니다. 맥그린치 신부님의 한국 이름은 '임피제'이고 제주도 명예도민이라고 합니다. 가난한 제주 사람들을 위해 병원, 경로당, 유아원과 유치원, 청소년 시설 등을 설립하는 등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올해가 신부님 선종 5주년이라고 하네요. 젊은 나이에 연고도 없는 작고 가난한 나라에 오셔서 자신의 삶을 온전히 헌신하신 신부님을 모습을 보며 경건해집니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잘 살아져서 우리의 젊은 신부님들이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각지 등 가난한 나라로 파견가시고 학교, 병원 등을 설립하는 등 큰 사랑을 전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감동적인 삶을 사신 신부님들을 뵐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제주에 오면 제주 흑돼지를 맛있게 먹었는데, 그러면서도 우리는 '제주 양돈업'에 이토록 아름다운 한 신부님의 삶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이시돌 목장은 한때 만오천 마리의 돼지를 육성할 만큼 성장했고 1980년경 돼지와 필요한 시설을 모두 직원들에게 나누어주어 제주 주민의 자립을 도왔다고 합니다.



사람의 향기. 향기 나는 사람. 잊을 수 없는 감동의 향기는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이' 자신을 내려놓고 온전히 타인을 위한 삶을 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헌신의 삶에서 피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 톤즈에 감동적인 삶을 사셨던 이태석 신부님처럼. 무엇이 나약한 한 인간을 이토록 강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 무렵에 유퀴즈에서 스페인에서 오신 '유의배 알로이시오' 신부님의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경남 산청 한센병(나병) 환자와 중증 장애인을 위한 시설에서 43년간 봉사하고 헌신하며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고 계십니다. 30살의 청년 나이에 고향을 떠나 한결같이 낮은 곳, 소외된 곳의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오롯이 내놓는 삶을 산다는 것, 아무리 사제라고 하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분들입니다.


이곳 이시돌 센터에서 또 한 분의 외국인 신부님 맥그린치 신부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은 힘이나마 봉사하며 살 수 있기를 다시 한번 기도하게 됩니다. 나오는 길에 센터 인근 금악성당에 들러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맥그린치 신부님 모습이 담긴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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