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잊게 하는 풍경 앞에서 사람들은 생애 최고의 시각의 호사를 누리며 행복한 추억을 깊이깊이 저장하고 있는 표정입니다.
'한라산에 폭설이 내리면 이토록 경이롭고 아름다운 설국이 되는구나!'
나무가 온통, 나무 전체가 완전하게, 이토록 하얗게, 나무의 고유한 생김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나뭇가지 가지마다에 내려앉은 눈 결정은 흐리고 추운 날씨 덕에 스스로 몸짓을 키워 이토록 놀라운 아름다움을 창조해내고 있었습니다.
나는 소중한 사람들 얼굴을 나도 모르게 떠올리고, 그들과 함께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하지 못함에 아쉬워합니다. 딸, 아들, 언니들, 동생네, 자연의 아름다움을 정말로 사랑하는 나의 시누이. 그들과 함께였다면 이 경이로운 아름다움은 살아가는 내내 되뇌며 이야기꽃을 피울 '우리들의 소중한 2024년 1월 26일 한라산의 최고 설경에 대한 추억'이 될 텐데요. (25일에는 1100 고지는 통제되어 갈 수 없었답니다.)
남편과 나는 결혼 25주년이 되면 북해도로 눈꽃세상 여행을 가자고 입버릇처럼 말했습니다. 설국은 북해도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코로나 이후 한국여행객이 급증하여 지난해 우리 국민이 일본에서 사용한 돈이 10조 원 육박한다는 뉴스를 듣고 참 씁쓸했습니다. 내가 폐렴을 앓고 남편이 골절상을 입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한라산 1100 고지의 설경'을 볼 수 없었겠지요. 모든 것이 예고되었던 것처럼 기적처럼 한파가 계속되어 제주에 폭설이 내렸고 비행기가 결항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영하를 밑도는 한파가 제주를 뒤덮고 우리는 한파가 끝날 즈음 제주에 도착해서 '이토록 귀한 선물'을 한 아름 받았습니다. 신의 섭리, 은총, 이런 낱말들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우리 부부의 결혼 25주년 제주 여행에서 '내 생애 최고의 설경'을 마주하였고, 나는 그 풍경 앞에서 카메라 배터리가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사진을 찍고 찍고 그것도 모자라 동영상을 또 찍고 난리를 피웠습니다. 어떻게 하면 온전히 이 모습을 담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순간을 온전하게 기억 속에 저장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나를 덮쳤고 가도 가도 색다르게 펼쳐지는 풍광에 도저히 카메라 전원을 끌 수 없었습니다.
자연은 이토록 놀랍습니다. 경이롭습니다. 자연 앞에서 저절로 겸손해집니다. 낮게 낮게 감사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