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선율이 느껴지는 그림

라울 뒤피의 그림 전시회 1

by lee나무

'라울 뒤피'

나에게는 낯선 이름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마티스전을 보기 위해 미술관을 찾았는데 '라울 뒤피'의 그림이 나를 더욱 설레게 합니다. 그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가볍게 날아오르는 것 같습니다.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지금까지의 관행이나 남들의 시선 따위 뒤로 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붓을 긋고 색채를 입히고 '덜 완성된 듯한 가운데서 더 완전하게 느껴지는 그림'이라는 느낌이 몰려왔습니다.

"뒤피 그림, 마음에 든다. 오빠는?"

"응. 나도. 쉽고 단순하게 그려서 그런지 편안한 느낌이 드네."

회화에 대해서라면 아는 바가 거의 '무'인 남편도 뒤피의 그림을 즐겁게 바라봅니다. 사진까지 찍으면서 말입니다. 남편은 미술관에 가서 사진을 찍는 일이 거의 없는 사람입니다. 누구나 편안하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그림이라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술관 한 벽면을 차지한 라울 뒤피의 말을 읽어봅니다.


"수채화는 그림을 즉석에서 가장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방법이다."


그의 그림을 보며 나는 '자유'를 떠올렸으니, 화가의 마음이 보는 이의 마음과 일치했네요. '자유'라는 추상적인 어휘를 구체적인 사물의 형태와 색채로 표현한다면, 형태가 너무 일그러져도 난해해지고 너무 사실적이면 제한적이라 이 정도가 나에게는 딱 좋았습니다.

노르망디의 풍경 2, 라울 뒤피
노란빛 탈곡장면, 라울 뒤피
테르삭의 방앗간, 라울 뒤피, 1947


라울 뒤피를 이해하기 위해 작가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라울 뒤피는 프랑스 르아브르의 중산층 가정의 8남매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장남이었던 그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수출입회사에서 일찍 경제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르 아브르 시립예술학교에서 야간 수업을 들으며 예술교육을 받았고 그곳에서 그의 재능을 주목받았다고 합니다. 스물한 살 때 파리 에콜 데 보자르에 입학해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에 동참했고, 인상파 운동에도 참여했습니다. 세잔의 강의를 들었으며, 특히 마티스와 '포브(fauves)'불리던 화가들을 존경했다고 합니다. 피카소의 큐비즘에도 매료되었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뒤피는 인상파, 입체파 등 다양한 예술 운동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화가의 삶을 읽고 나니 그의 그림에서 모네, 르느와르, 세잔의 화풍이 스며있음이 보입니다. 형태 보다 빛과 색채로 인상을 부각함으로써 더 많은 상상과 자유를 안겨다 준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나는 좋아합니다.


붉은 조각상이 있는 작가의 아틀리에 또는 앙쥐 거리의 아뜰리에, 라울 뒤피


'붉은 조각상이 있는 작가의 아틀리에' 또는 '앙쥐 거리의 아뜰리에' 그림은 저의 원픽입니다. 왜냐하면, 화가의 부단한 창조를 향한 고독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화가의 외로움과 고독, 불안을 달래며 곁에서 지켜준 카펫, 노란 콘솔 테이블, 석고상, 검정 팔레트가 올려진 이젤, 완성되지 않은 스케치에 `라울 뒤피'의 화가로서의 삶이 겹쳐집니다.(라울 뒤피는 1946년부터 페르피냥의 앙쥐 거리의 아틀리에에서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라울 뒤피는 음악과 관련된 그림도 많이 넘겼습니다. 회화와 음악이 결합되는 시도를 했는데 이런 음악적 영향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하네요. 뒤피의 아버지는 낮에는 경리회사에서 일했고 밤에는 성가대 지휘자겸 오르간 연주자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뒤피의 형제들은 자연스럽게 음악적인 환경에서 성장했고, 뒤피 자신도 아마추어 바이올린리스트였다고 합니다. 화가가 음악적 조예까지 깊다고 하니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예술은 서로 연결되며 증폭된다고 생각하니까요.


붉은 바이올린, 라울 뒤피

'붉은 바이올린'이라는 그림입니다. 정말 단순하면서 강렬하지 않나요! 온통 붉은색과 검은 라인으로 단순화한 이 그림은 오랫동안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붉은 바이올린 위로 쏟아지는 사다리꼴의 하얀빛은 바이올린의 존재를 더욱 도드라지게 합니다. 이 보다 완벽할 수 없습니다. 음악의 완전성을 표현하기에 이 보다 단순하면서 확실한 방법이 있을까 싶은 생각을 하면서...


가수와 오케스트라, 라울 뒤피

그림 전체가 오케스트라가 되는 신비로운 장면입니다. 바이올린, 첼로, 트럼펫,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등 악기들과 가수들. 음악이 흐르고 가수들이 노래하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사람들과 악기의 실루엣이 마치 오케스트라 선율 자체로 느껴집니다. 그림을 보며 선율에 따라 몸을 저절로 움직이게 되는 마법의 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라울 뒤피의 그림이 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성이시돌 목장에서 성이시돌 센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