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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나무 Feb 03. 2024

아이의 유쾌함이 느껴지는 바다 그림

'라울 뒤피'의  그림 전시회 2

피카소는 궁극적으로 아이 같은 그림을 추구했다고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있다. 누구나 흉내 낼 수 있을 것 같지만 본질을 꿰뚫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는 곳.  삶은 어쩌면 아이에서 시작해서 숱한 과정을 거쳐 자기 안의 아이를 회복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라울 뒤피는 인생의 대부분을 파리에서 보냈지만, 프랑스 남부와 프로방스 지역에 매료되었다. 그는 그곳의 항구와 바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었던 듯하다. 그의 바다 그림을 바라보노라면 내부에서 유쾌한 에너지가 쏟아 오르는 것 같다. 한 아이 모습이 떠오른다. 바다를 향해 캔버스를 놓고 수채물감이 색의 경계를 넘나드는 팔레트를 펼친 채, 큰 붓을 들고 대담하게 선을 긋는 아이. 아이의 눈에 펼쳐지는 넓은 바다는 찬란한 태양빛에 나풀거리며 초록빛으로 황금빛으로 붉은빛으로 파도친다. 바다 위를 갈매기가 날고 요트와 화물선이 유유히 흐른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사라진다. 아이는 순식간에 캔버스를 채우고 난 뒤 모래사장에 앉아 모래성을 쌓는데 온통 정신이 팔렸을 것 같은. 대담하게 툭 던져진 것 같은 그림인데 왜 이렇게 속이 뻥 뚫리듯 시원한 느낌이 드는 걸까. 건강하고 유쾌한, 발랄하고 경쾌한, 기쁨과 희망의 에너지가 넘쳐난다. 당당하게 바다 위를 가르는 저 화물선은 수평선 너머 희망에 닿아 있다. 아마도 '라울 뒤피'는 적어도 아이 같은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을까!


바다 뒤의 태양, 라울 뒤피
바다, 라울 뒤피

라울 뒤피의 <바다>를 보며 바다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큰 고래 한 마리가 유유히 헤엄치는 듯하다. 온갖 바다 생명들을 품고 오늘도 찬란한 태양 아래 변함없이 자신의 몸을 푸르게, 황금빛으로, 붉은빛으로, 보랏빛으로 반짝이며 관조하는 큰 고래 한 마리.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며 어른들은 어른의 언어로 이해하기 어려워 아이에게 묻는다. "이건 뭐야? 이건 무엇을 그린 거지?" 그러면 아이는 짐짓 당당하게 어른의 눈으로 상상하지도 못한 형상들을 조그만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면 어른들은 "우와! 그런 거였구나" 대견해하며 아이의 상상력에 감탄하고 어른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아이의 눈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 어쩌면 창조성이란, 삶의 창조성이란 아이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라울 뒤피는 파란색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의 바다 그림이 온통 명도와 채도를 달리 한 파랑의 향연인 이유를 알 것 같다. 하얀 돛을 단 요트가 바다 위에 넘실대는 저 바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희망'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나는 삶의 매 순간 희망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깃발을 장시기한 배들, 라울 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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