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감소로 두 학급이 줄었다. 네 분의 선생님이 전출가시고 두 분의 선생님이 새로 오셨다. 그중에 한 분은 우리 학교가 선생님의 두 번째 근무지이고, 교직 경력이 이제 4년 차로 접어드는 20대 후반의 저경력 선생님이다.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 선생님의 전임지 교감 선생님께서 정말 보내기 아쉬워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교사가 학교를 옮길 때 전임 학교에서 신임 학교로 전화를 주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말 좋은 분이 가시니 행운이라고 목소리 톤을 높이는 경우가 많아 의례적인 인사말이려니 생각하며 마음에 담아두지는 않았다.
아이들 아침 맞이를 끝내고 교장실로 들어와서 컴퓨터를 켰다. 메신저를 켰는데 대화창이 반짝거려서 그것부터 열어보았다. 선생님들의 대화에 답변이 늦으면 괜한 신경 씀으로 교육에 집중하는 것에 방해가 될까 나는 가능한 한 빠르게 답변하려고 노력한다.
대화창에는 기분 좋은 예의가 쓰여있었다. 오전 중에 전담 수업이 있어 그 시간을 이용하여 학교폭력 전담기구, 학교 폭력 예방 특별 교육 주간 운영 등에 대한 상의드리러 가도 될까요 하고 묻는 내용이었다. 1년 간 교장 역할을 하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나는 잠깐 동안 가만히 그 문구를 들여다보았다.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가에 주름이 지면서 안면 가득 온화해지는 느낌을 스스로 받으면서 말이다. 마음속으로 '젊은 선생님이 어쩌면 이렇게 반듯할까!', '예의란 이처럼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일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MZ세대와 소통하는 법, 꼰대 소리 듣지 않기 위해 관리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여러 연수를 듣고 책을 읽으며 공부했던 터라 무의식 중에 젊은 세대 교사들에 대해 본능적으로 거리 두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언행이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정된 시간에 선생님은 교장실을 방문했다. 그리고 아직 업무 파악이 되지 않아 죄송하다는 말을 시작으로 조곤 조곤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나의 생각도 물었다. 사람에 대한 예의가 몸에 밴 모습이 나를 또 한 번 기분 좋게 했다.
'예의'. 예의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궁금해졌다. 글자만 읽고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던 공자의 <논어>가 떠올랐다. <논어>에서 예는 단순히 격식이나 의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조화와 인간관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덕목이라고 쓰여 있다. 공자는 "예의가 아니면 보지 말고, 듣지 말고, 말하지 말고, 행동하지 말라"며 예가 인간 행위를 규제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인간관계에서의 적절한 거리감과 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예를 통해 사람들은 상대방의 감정과 입장을 헤아리게 되고, 이를 통해 갈등을 예방하고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시대에 따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도 달라진다. 개인의 개성과 주장이 강해지고 우선이다 보니 집단 내 갈등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는 상처를 받고 힘들어한다. '예의'라면 으레 고리타분하다고 여기고 '꼰대', '쿨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의 개성과 주장이 중요할수록 인간관계에서의 적절한 거리감과 존중을 유지하는 예의는 더 중요해진다. 예는 존중을 바탕으로 하며 존중은 다른 의미로 상대방의 감정과 입장을 헤아린다는 의미이니까 말이다.
선생님 덕분에 '예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무례했던, 부족했던 나의 젊은 날을 잘 참아주셨던 분들에게 뒤늦게 죄송하다는 뉘우침의 시간도 가졌다. '예의'라는 두 글자를 포스터잇에 크게 써 두고 자주 보기로 한 날이었다. 존중을 드러내는 방법! 그것은 예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