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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살피는 교육, 차별을 줄이는 교육

스웨덴 교육에서 배우다!

by lee나무

*** 덴마크 교육(자유, 사유, 여유, 그리고 연결)에 이어 씁니다.***


덴마크와 마찬가지로 스웨덴도 무상교육이며 평등주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모든 학생은 종교, 인종, 경제적 여건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학생의 다양한 백그라운드가 학생이 교육받는 데 장애요인이 되지 않도록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스톡홀름에 20년 넘게 살고 있는 가이드님의 말에 따르면 산지와 같이 먼거리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을 위해 통학용 택시까지 지원한단다. 그만큼 학생이 처한 환경이 학습 기회의 격차로 연결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이 스웨덴 교육이라는 설명이다.


스웨덴에 도착해서 먼저 스톡홀름 교육청을 방문했다. 방학 중이라 건물 곳곳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면담을 위해 마련한 장소로 이동하여 교육청 관계자로부터 스웨덴 교육의 일반 현황에 대해 듣고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육청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스웨덴은 학교 선택권이 학부모와 학생에게 있고 고등학교의 경우 사립학교 비율이 70%를 차지한다.(1992년 학교선택제를 도입했다.) 사립학교의 경우 공립학교와 재원을 동등하게 지원하여 경쟁구도를 마련함으로써 수업의 질, 학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였지만 학교 운영에 기업의 재단이 참여하면서 교육이 상업화되고 불평등이 심화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학생과 재원이 통합되어 있어 학생이 주거지를 떠나서 다른 지역의 학교를 선택하면 교육 재원도 같이 이동하는 구조이므로 소위 인기있는 학교가 있는 지역에 경제적 여건이 좋은 사람들이 몰리고 학교 간 격차, 지역 격차도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마치 강남 쏠림 현상처럼 학구 좋은 곳으로 학생이 몰리고 주변 아파트 품귀 현상과 아파트값 상승 등 문제로 이어지는 현상이 이곳 스톡홀름에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덴마크 가이드님으로부터 “북유럽 3국 즉,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가 모든 면에서 같이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스웨덴이 좀 다른 노선으로 가고 있어서...” 하는 말을 스치듯 듣긴 했지만 다소 당황스러웠다. 경쟁 교육의 대안을 찾아 이곳에 왔건만 씁쓸하게도 이곳 복지의 나라도 신자유주의의 원리가 힘을 얻고 있음을 확인하는 공허함이라니. 한편으로 더 좋은 교육을 받고 싶은 학생과 학부모의 욕망이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길게 보면 같이 잘 사는 것이 보다 안정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비결이라고 나는 믿는다.


스웨덴은 적극적으로 난민을 수용했다. 이민자와 현지인 간의 문화적 언어적 차이는 학습 부진과 학교 내 분리 현상을 낳았고 교육 격차, 지역 격차를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우리 학교만 해도 다문화 학생이 23%에 이르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 ‘언어’이다. 출발점에서부터 벌어진 엄청난 격차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좁혀지지 않는다. 한국어 교실, 이중언어 강사, 기초학력 전담 강사를 활용하여 아이들의 학습을 돕고 있지만 쉽지 않다. 언어는 긴 호흡과 꾸준함을 요한다. 학습 부진과 학교 내 분리 현상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데 난관이 많다. 다문화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학교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미약하여 미안한 마음이 크다. 다문화 학생이 많은 지역은 교육청 단위에서 학교를 권역별로 묶어 한국어 순회 교사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면 좋겠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교사의 이직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교사의 업무 과중, 낮은 사회적 위상, 심리적 소진 등 원인으로 교사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적고, 교사의 고령화, 지방과 이민자 밀집 지역의 경우 교원 충원도 매우 어렵다고 한다. 몇 년 전 이웃 일본의 경우도 교원 충원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 적 있다. 교직이 비선호 직종으로 전락하는 현상이 세계적인 추세인 듯하다. 점점 개인화, 파편화되는 사회일수록 학교내 금쪽이는 증가하고, 학생과 학부모와의 관계를 힘들어하는 교사들이 늘어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선생님들이 교사로서 효능감을 갖고 근무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교장이 할 일을 늘 고민할 수 있기를 하고 다짐하게 된다.


교육 복지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스웨덴에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교육적 한계들을 들으며 마음이 무겁기도 했지만, 여전히 스웨덴은 모든 아이들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환경을 구축하고 있으며, 배울 점 역시 많다.


“스웨덴 선생님들은 칭찬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한 명을 칭찬하면 나머지 다수의 학생들이 불편할 수 있으니까요.”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속도에 따라 배우고 성장하지요.”


“한 학기에 한번 담임교사와 면담 시간이 있어요. 그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묻지요. 이번 학기 너의 학습은 어땠니? 무엇이 좋았고 어떤 점이 부족했니?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거니? 등 물으며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 학습의 강점과 약점을 발견하고 해결하도록 도와줍니다.”


“이런 질문에 앞서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은 ‘너는 안전하다고 느끼니?’입니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학생이 안전한지를 가장 우선하여 체크하지요.”


“빈부의 차이는 있습니다. 심하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스웨덴의 부자들은 돈 자랑 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티 나지 않게 행동하지요. 그리고 실제로 생활하고 교육하는데 있어서 부자와 일반인 간의 차이를 느끼지 않습니다. 부자라고 해서 더 나은 교육을 받지 않지요. 스포츠 활동도 사교육의 영역이 아니라 협회 형태로 모두 참여하는 방식이예요.”


아들 둘을 스웨덴 교육 시스템에서 키웠던 가이드님의 체험기에 나는 안도했다. 경쟁교육의 대안 모델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데서 오는 안도감이랄까. 국가는 학생이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피고 있었다. ‘그렇지. 교육이란 한 아이가 사회적 차별을 느끼지 않고 고유하고 독립적인 한 명의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으면 최고지!’






다음 날 아침 서둘러 도착한 곳은 스톡홀름 청소년 센터(Fryshuset Stockholm)이다. 1984년에 개소했고 사용하지 않는 냉동 창고를 리모델링해서 청소년 공간으로 사용한 것이 출발이다. 처음에는 청소년을 위한 활동 공간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청소년을 위한 학교도 함께 운영하게 되었다. 청소년 센터는 청소년의 열정과 욕구, 그들의 필요와 참여에 기반하여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영한다. 프리슈셋 청소년 센터는 특히 스포츠와 음악, 댄스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다.


날씨 변덕이 심하고 겨울이 긴 북유럽 국가의 환경적 특성을 고려하여 실내에 농구장, 보드 경기장, 스케이트장 등 체육공간이 넓고 멋지게 조성되어 있었다. 전문적 기량을 키우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시설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는 센터가 지향하는 철학과 비전, 학생상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도식화한 내용이 붙어있었다. 특별히 학생상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호기심이 많고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헌신적이며 주변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나는 내 상황에 맞는 지식과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에 대한 호기심, 타인과의 관계, 이해와 협력, 주변환경에 대한 관심과 책임, 자기 이해와 자기애를 마음에 새기며 성장하도록 돕는 센터의 정체성이 이 세 문장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시설을 둘러보는 내내 열정과 유쾌함으로 센터를 안내해 주었던 그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학생의 열정과 관심사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우리는 좋은 관계, 상호작용을 중요시합니다.”

교사는 멘토이며 함께 성장하는 동료로서 학생들을 대하지요.”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그녀의 안내를 받으며 리더의 에너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했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는 말처럼 우리는 그녀의 열정의 거울이 되어 어느새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한 존재는 다른 존재에게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며, 그것이 리더의 역할일 경우는 그 영향력은 증배할 거라는 것. 어떤 철학과 가치로 사람과 일을 만나고 대할 것인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서울 노원 청소년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 노원구는 상대적으로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되었고, 지역과 소외 계층 청소년을 함께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발했다고 들었다. 방과 후, 주말 시간에 청소년들은 여러 가지 강좌, 체험 활동, 문화 예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고 놀이와 휴식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몇 년 전 내가 센터를 방문했을 때 주로 학교나 가정에서 상처를 받은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설명이었다. 가정 형편이 열악해서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이 이곳에서 함께 공부하기도 하고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이 운동, 상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치유되곤 한다고.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그들 삶의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는 이런 공간은 정말 필요하다.(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우리의 청소년은 공부하기에 너무 너무 바빠서 시설이 있어도 참여할 학생을 구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들의 활동이 마을을 더 살기 좋게 만드는 활동으로 연결된다면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삼조도 될 것이다. 운동하고 춤추며 몸을 움직이고 열정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 성적이나 가정 배경 등에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지는 공간, 체험하고 어울리며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공간 말이다. 청소년들에게 숨통이 되는 공간을 마련하는 일에 더 많은 어른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람과 공간은 상호작용한다.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재구성한다. 관리자가 학교 공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일요일 늦은 오후에 도착해서 여독이 남아 있었지만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다. 일행 중에는 시차 적응 등으로 연가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덩달아 ‘나도?’ 하며 유혹이 일어나기도 했다. 동시에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나는 무엇을 느끼고 배웠지?’, ‘리더라면 북유럽의 행복한 에너지를 가슴에 품고 밝고 씩씩한 모습으로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만나야지’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일주일 동안 학교를 비우고 출근한 아침, 나는 여느 때 보다 건강하고 밝은 얼굴로 아이들 아침 맞이를 했다. "사랑합니다. 잘 있었니?" "너무 덥지, 그래도 즐겁게 지내 보자!" 하며 인사를 건넸다. 에너지는 흐른다. 리더의 에너지는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리더는 의도적으로 건강해야 하고 의도적으로 긍정적이어야 한다. 북유럽에서 사 온 과자와 어젯밤 마트에서 부랴부랴 구입한 귤을 나누며 덕분에 무탈하게 잘 다녀왔고, 덥지만 즐겁게 생활하자며 미소를 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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