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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 '훌륭한 여행'이 될 책 한 권

김남희, <일단 떠나는 수밖에>

by lee나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조금 더 사랑하고 아끼게 된다. 여행은 언제나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게끔 했다."


김남희 작가는 여행가이다. 스무해 넘게 여행하며, 글을 쓰고, 사람들과 소통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부러운 유형의 사람이다. 나의 경우, 자신을 소개하는 글에 언제나 책읽기, 글쓰기, 여행을 나열하면서도 이것들은 팍팍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도피적' 성격이 다분하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삶으로 살아내는 그녀를 동경하게 된다. 그녀는 책의 서두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조금 느슨하고 느리게 하는 여행, 유명한 곳만 찾는 게 아닌, 덜 알려진 곳도 찾아가는 여행,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과 식물, 자연을 존중하는 여행, <중략> 현지인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여행, 에코백, 도시락통, 수저,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며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여행, 조금 귀찮고 불편해도 지구를 위하는 여행, 어디에 가든 최소한의 흔적만 남기고 돌아오는 조심스러운 여행을 하고 싶었다."


작가의 여행관이 정말 마음에 든다. 깊이 공감되고 가슴한 켠이 따뜻해진다. 그녀를 따라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그녀의 생각 안에 머무는 일은 여름 끝자락의 '훌륭한 여행'이 된다.



▲책표지일단 떠나는 수밖에 - 여행가 김남희가 길 위에서 알게 된 것들 ⓒ 수오서재관련사진보기


이 책은 작가가 '방과후 산책단'이라는 이름으로 꾸린 여행단과 함께, 또 홀로 한 여행 이야기이다. 1부 '거기에 내가 있었다'에서는 키르키스스탄, 타지키스탄 파미르, 카자흐스탄, 루마니아, 조지아, 산티아고, 스페인 론다, 일본, 자신의 에어비엔비 운영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는 모든 여행지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2부 '삶이 향하는 곳으로, 기꺼이'에서는 엄마가 하늘나라로 떠난 후 무기력을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 다독였던 헝가리, 크림트와 실레의 그림을 통해 상실의 아픔을 위로 받았던 오스트리아, 화가 마티스가 설계하고 디자인한 로사리오 예배당이 있는 프랑스 방스, 오래된 것들에 대한 존중이 가득했던 이탈리아, 나이듦을 수긍해야 했던 프랑스 몽블랑, 영혼의 산소호흡기 제주와 경주에 이르기까지 여행이 이어진다.



3부 '떠냐야 알 수 있는 것들'에서는 아르헨티나 빙하 트레킹, 녹색 성장의 나라 코스타리카, 이탈리아 돌로미티 트레킹, 명불허전 아름다운 나라 스위스, 모험으로 가득했던 아프리카, 그리고 다시 찾은 루마니아 여행으로 끝을 맺고 있다.



여행은 우리 모두의 삶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과정



"유르트를 찾는 이들을 환대하지만 떠나는 이들에게 집착하지도 않았다. 지닌 것을 이웃과 나누는 일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손님을 환대하는 풍습이 살아 있어 누가 와도 차와 간식을 내놓고는 했다. 큰 죄를 짓는 일도 없이, 허망한 욕망에 좌절하는 일도 없이, 어제와 다름없는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었다."


찾는 이를 환대하고 떠나는 이에게 집착하지 않는 것, 지닌 것을 나누는 일에 인색하지 않는 일, 허망한 욕망으로 스스로를 힘들게 하지 않는 지혜. '어제와 다름없는 삶을 이어가는 것'의 위대함을 아는 유목민들의 삶을 읽어 내려갈 땐 '나도 이렇게 살아야지' 하고 다짐하게 된다.



작가는 산티아고를 여덟 번 걸었다. '비가 내리면 담담히 우비를, 바람이 불면 잠바를 덧입고 ', '자기안의 가장 선한 얼굴, 더 겸손하고, 더 강인하고, 더 다정한 자신을 만나는 길' 카미노를 걸었다. 우리 삶도 주어지는 대로 담담하고 가볍게 순례길을 걷다 보면 인생의 콤보스텔라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지나간 고난마저 감사하며 기뻐할 날이 오지 않을까.



그녀는 여행하며 일상의 소중함에 더욱 애틋해지지고, 여행의 모든 순간이 함께한 사람들 덕분임을, 우리는 결국 '당신이 있어야 내가 있는' 관계의 생명체임을 깨닫는다. 떠난 뒤 돌아온 내 집, 내 공간, 내 사람들, 내 일상이 더욱 소중해지는 경험은 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책 속에는 작가가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 풍경, 경험, 깊은 사유가 가득하다. 그리고 책 마무리에서는 여행이 삶인 자신이 배출하는 '탄소발자국' 때문에 무거운 마음이다. 그러나 여행을 멈출 수 없는 이유, 그녀는 여행을 통해 자연을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여행을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이 연결되어 있음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그래서 작가는 앞으로도 떠날 것이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을 계획하고 '지구와 지구에 깃든 모든 생명을 배려하는 여행'을 계속할 것이라 다짐한다.



"내가 여행하지 않았다면 지금만큼 환경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실천하는 삶을 살았을까? 여행을 통해 어떤 곳에 머문다는 건,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기울여 그곳의 자연이나 사람들과 이어지는 일이다. 낯선 삶의 방식을 온몸과 영혼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무수한 발자국을 이곳저곳에 남기면서 우리 모두의 삶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과정이다.


그녀와 함께 여행하다 보면 지구라는 별 어느 한 자락에 발 딛고 선 우리 모두는 각자가 놓인 삶에 순응하며 감사할 때 생의 은혜에 닿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여행이란 결국 낯선 세계 속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편협한 세계를 부수는 행위이자 타인의 존재를 내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 이기에, 이것으로 떠나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니 '일단 떠나는 수밖에!'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https://omn.kr/2f3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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