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 학교의 탄생

스마트폰 종족을 위한 새로운 학교가 온다. 최승복 지음

by lee나무


"그때는 약간 무서웠지만, 되돌아보면 학교를 중퇴한 일은 제 결정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이었습니다. 학교를 중퇴한 순간부터 나의 관심을 끌지 않는 필수과목들을 듣는 것을 그만둘 수 있었고, 재미있어 보이는 과목들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중략- 제 호기심과 직관을 따라 들어간 것들의 대부분은 나중에 너무도 소중한 것들이 되었습니다."
-스티브 잡스,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 축사 중에서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엄청나게 많은 지식과 정보가 매일 쏟아지는 사회에서 현재의 근대식 학교 운영 방식은 정당한가?

교사들은 많은 양의 지식을 가르치는데, 정작 학생들은 배운 게 없는 황당한 상황 이대로 괜찮은가?

밀레니얼 세대가 요구하는 교육, 그들의 자녀들이 경험하게 될 교육은 어떤 모습을 할 것인가, 혹은 어떤 모습을 해야 할 것인가?


작가는 권위주의 문화의 쇠퇴, 자치, 자율과 민주적 조직 운영이 일반화되던 시기에 학교를 다니고 조직생활을 시작한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 '포노 사피엔스'라고 지칭한다. 그리고 그들의 학습 특징을 다음의 몇 가지로 요약하여 설명한다.

포노 사피엔스들은 지식과 정보를 순차적으로 학습하지 않는다. 그들의 마음, 관심의 핵심, 궁금한 것으로 바로 뛰어 들어가서 관심사항을 개인화된 방식으로 배운다. 자신의 관심과 재미를 중심으로 하이퍼 링크로 연결된 지식과 정보의 우주를 유영하는 것과 같이 학습한다. 포노 사피엔스들은 관심만 있으면 거대한 지식창고에 언제, 어디서나 즉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교육과정을 황당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안물 안궁'(안 물어봤고, 궁금하지도 않은')한 지식과 정보의 일방적인 주입은 폭력으로 느껴진다. 밀레니어들은 그들의 관심을 중심으로 지식과 정보를 구조화한다.

이러한 학습 특징을 가진 포노 사피엔스에게 현재의 근대적 학교와 학습 방식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으며 명백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네트워크, 인공지능, 로봇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사는 이 아이들의 학습 특징을 이해하고 현재의 교육과 학교의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더 이상 표준화되고 객관적인 지식과 정보를 이해, 보관, 소환하는 역량은 중요한 핵심 역량이 아니다. 밀레니얼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유발 하라리가 말하는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다. 유발 하라리는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과 정보 환경에서 학교가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더 많은 정보를 주입하는 일"이라고 하면서 "학교가 포노 사피엔스들에게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지식과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고, 경중을 가릴 줄 알며,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자신의 문제의식에 따라 자신의 세상에 관한 큰 그림을 그려내는 역량을 키우는 일"이라고 강조한다.(120쪽)


맞는 말이다. 하지만 늘 맞다와 맞지 않다, 또는 당위, 정의와 같은 개념들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현실의 복잡성이다. 저자가 던지는 화두는 '헌 것은 낡았고, 새것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살고 있는 모든 교육종사자라면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보야야 할 주제이다. '미래 핵심역량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교육 목표로 하면서 '공정한(?)' 대입을 외치며 전혀 창의적이지 않은(?) 문제풀이식 수능 정시를 확대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 영역에서 출발하여 관련 주제와 문제를 직접 분석하고 해결해 보면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하는 학습은 언제나 대입에 밀려 '빛 좋은 개살구', 그림의 떡'일 뿐이다. 현실 제도 개선을 전제하지 않은 '대안'이 실현되지 않는 대안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적 고민은 마땅히 기성세대의 역할이다. 기성세대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재생산하기 위한 개인적 욕심을 내려놓고 학교를 밀레니얼 세대가 즐겁게 배우고 나름대로 각자의 빛깔로 성장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교육운동은 끊임없이 전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노 사피엔스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현실 문제에서 원리를 찾고 연관 체계를 이해해가는 후방향식 학습이다. 또 학습자의 관심과 목적 중심, 다차원적, 융합적 학습 방식으로 전환하여, 자신의 삶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네트워크를 마음껏 돌아다니며 지식정보를 활용하는 '교육방식-학습방식'을 구현하는 교육이다.(113쪽)


교육에 정답이 있을 수 없다. 그것은 개인의 다양성만큼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집단을 위해 개인이 희생되거나 개인의 주관성을 도외시한 객관적 지식의 강제적 주입식 교육 방식은 미래세대를 위해 개선되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할 것이다.


적어도 '다음 세대에게 이 세상(교육)을 권하는 것을 미안해하는, 주저하게 되는' 그런 교육방식은 멈추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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