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삶을 위한 수업, 인터뷰와 글-마르쿠스 베른센, 기획 및 편역-오연호

by lee나무
덴마크가 그렇게 매력적이냐고. 나는 그때마다 답한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고. 고구마를 캐본 사람은 알 것이다. 하나를 캐려고 갔는데 줄줄이 따라 나올 때의 그 희열을.
덴마크를 포함한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아이들은 야외에서 노는 것을 어찌 보면 광적으로 좋아한다.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야외 활동이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왕성하게 자기 인생을 사는 데 보탬이 된다고 믿는다. 자연에서 놀 때 아이들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스스로 놀이의 규칙을 만들어야 하고 자신의 역할도 파악해야 한다. 변화무쌍한 날씨를 경험하고,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나무에 오르고, 진흙 속을 헤치면서 아이들은 감각을 기르고 세계를 탐험한다. 그러면서 육체적으로도 더욱 강한 자신감을 갖게 된다. - 중략-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알아갈수록 내 아이를 한국에서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점점 줄어들었다. 마르쿠스 베르센, '한국의 독자들에게' 중에서


상대방이 맞는 말을 하는데, 왜 그런 경우 있지 않은가. 마음이 불편해지는. 맞는 말이긴 한데, 좋은 생각이긴 한데 현실과 동떨어져서 '김이 빠지는'. 동의할 수 있는데, 부럽기도 한데 우리나라에서 가당찮기나 할까 싶은 생각이 먼저 스멀스멀 올라오는. 한숨을 쉬다가도 '그래도 조금씩 나아졌잖아. 조금씩 나아지겠지.'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가져야지' 하며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찾게 된다. '교육'에 관한 한 나는 그렇다.


<삶을 위한 수업>을 기획하고 편역한 오연호는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이며 사단법인 꿈틀리 인생학교 이사장이다. 그는 덴마크를 23회 이상 오가며 '행복지수 세계 1위'인 이유를 찾고 한국 사회가 보다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한 제안을 담은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를 출간하기도 했다. 나는 그의 강연을 세 번 들을 기회가 있었고 그의 지치지 않는 열정이 좋았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교육 분야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란 매우 어렵다. 어떤 좋은 대안도 현실, 내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욕심 앞에서, 또 그것을 부추기는 사회 시스템 앞에서 무릎을 꿇게 된다. 교육운동이 결코 쉽지 않은 이유다.


"창조는 변방에서 일어납니다. 중앙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변방에서 풀뿌리로 자생적으로 일어나는 교육활동들이 창조적이고 행복한 교육으로의 변화를 만들어 가는 거지요."


척박한 땅을 일구는 개척자가 있음에 '다행이다' 안도하기도 하고, 나는 고작 그의 책을 읽고 응원하고 책 속에서 뽑은 '배움'을 내가 매일 생활하는 공간에서 실천하는 정도의 내 몫을 한다.


"덴마크 아이들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 장려됩니다. 덴마크 교사들은 끊임없이 학생들에게 말하죠. 선생님의 어떤 말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해요."


"선생님의 어떤 말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장려"하는 교육.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고 마음에 들었다. 권위적인, 관료적인 문화를 태생적으로 싫어하는 나는 자주 "왜?", "왜 그래야 되는데?" 하며 마음속으로 되뇌는 경우가 많았고, 어쩔 수 없이 권위에 순응해야 할 경우 "그래도 지구는 돈다."며 마음속으로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중얼거릴 때도 많았다. 궁금한 것은 주저 없이 물을 수 있는 분위기가 될 때 상상력과 창의력, 사고력이 커진다. 나는 '질문의 질'이 '사고의 질'이라 생각한다. 의문을 가질 때 우리의 뇌는 사고하기 시작한다. 질문이 질문을 낳고 사고로 이어지는 교실에서 자라며 성장한 아이들은 사회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일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창조적으로 성취해 나갈 것이다.


생각해볼거리들이 많지만 몇 가지만 추려보면 다음의 내용들이다.


"덴마크에서 자녀를 공립학교에 보낸다는 것은 곧 부모의 간섭을 일정 정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는 교사의 의도를 신뢰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공부만 하라고 압박하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속도에 맞춰 자기 재능을 계발할 수 있게 허락해야 한다."
"교실은 모든 학생을 반겨주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아이들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선생님한테 사랑받고 있고 환영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 줘야죠."
"덴마크 학교법에 따르면 교사는 자신의 교실에서 어떤 방법으로 수업을 할지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 수업 방식의 자율성에 대한 교사의 권리는 그 누구도 침해하거나 개입해서는 안된다. 물론 국가 교육과정에 따라 포괄적인 목표는 정해져 있다. 전국의 모든 학생은 특정 학년에 같은 과목을 공부하고, 중학교 과정을 마치는 9학년 말에는 전국적으로 같은 시험을 봐야 한다. 그러나 그 과목을 어떻게 어디서 누구와 공부할지 등을 결정하는 것은 완전히 교사의 자율적 권한이다. 교사의 높은 자율권은 스칸디나비아 나라들의 공통적 특징이다."
"수업시간에 어떤 책을 읽을 것인지, 어떤 자료를 활용할 것인지도 교사가 알아서 정한다. 중앙의 교육부가 만든 학습자료 보관소가 지역마다 있지만 교사가 이것을 반드시 활용해야 할 의무는 없다. 학교 교장이나 지역 교육 당국자는 교사의 수업 방식에 개입하거나 간섭할 수 없다."
"공원에서 수학 공부를 할 수도 있고 멀리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교사가 이런 결정을 할 때 교장의 허락은 필요하지 않다. 학부모의 허락도 필요 없다. 언제 어떻게 야외 수업을 할지는 전적으로 교사가 결정한다."
스칸디나비아 나라의 교사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강조할 것이다. "학교에서 무엇을 할지 결정할 때 학생들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 "어떤 결정도 선생님과 학생이 아닌 다른 사람의 힘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정치인이 개입해서도 안 되고, 지역의 교육청 입안자나 교장이 개입해서도 안 되며, 오직 선생님과 학생이 결정해야 한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성 회복, 교사의 교육과정 설계 및 운영의 자율권 확대, 학생의 교육과정 설계 및 주도적 학습 확대, 모든 학생들이 자기 빛깔로 존중받고 사랑받은 교실. 하나의 사회 조직만큼 복잡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학교와 교육이다. 신영복 선생님은 <담론>에서 이렇게 쓰셨다.

20세기의 가장 뜨거운 영혼의 소유자라고 하는 체 케바라의 평전을 보면,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리얼리스트가 되라. 그러나 이룰 수 없는 이상은 반드시 하나씩 가져라." 현실을 존중하되 이룰 수 없는 꿈, 그걸 놓으면 안된다는 것이지요.

'이룰 수 없는 꿈' 까지는 아닐지라도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르게 바라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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