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엔 당신 혼자 미소 짓고 당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울도록 그런 인생을 사십시오.
- 김수환 추기경
이 책은 죽음을 앞두고 호스피스 병동에서 삶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다. 먼저 떠나는 사람들의 죽음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죽음을 통해 삶을 본다는 것은 '삶의 유한성'을 통해 삶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들을 놓치지 않고 챙기며 살라는 의미겠지요. 매 순간 자기 몫의 삶을 사랑하며 성실하게 살라는 뜻이겠지요.삶의 단계 단계에서 만나는 모든 일들은 되돌릴 수 없는 그때만의 고유함이니 어떤 고난에 놓일지라도 그 안에서 의미와 감사를 찾으란 뜻이겠지요.아침 해와 함께 일어나고, 가족과 간소한 아침을 먹는 것, 변함없는 일상을 사는 것,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계절이 흐르고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는 것, 살아있어서 가능한 모든 것들은 당연한 것이 아니니 그 놀라움에 감탄할 줄 아는 삶을 살라는 의미겠지요.
죽음 뒤에서, 죽음 앞에서 후회가 없을 수있을까요? 아쉬움이없을 수 있을까요?
'연습 없이 태어나 훈련 없이 죽어가는' 우리는 후회가 없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매 순간 삶을 선택하며 살아야 하기에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선택지 앞에 섰을 때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그 소리를 따라 걸어간다면 후회나 아쉬움은 적을 거예요. 비록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있더라도 기꺼이 수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때의 내가, 그때의 상황에서, 그때의 내 경험치로는, 아마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확률이 높을 테니까요. '지난 일은 지나간 대로 의미' 있겠지요. 지난날은 가끔 추억하고 싶을 때 들춰보고 싶어요. 왜 그런 날 있잖아요. 문득 떠오르는 날, 그리워지는 날 그런 날 말이에요. 그런 후 얼른 오늘로 돌아오고 싶어요.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중요하니까요.
살아있는 동안, 살아가는 동안 죽음은 생각지 않으려고요. 삶의 기쁨, 감사, 아름다움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아침에 눈을 뜨고 창을 열어 먼 산을 바라보며 크게 기지개를 켜요. 내 반려식물들과 눈 맞추며 굿모닝 인사하고 스트레칭해요. 거울 속 나에게 활짝 웃어주고 하루를 긍정으로 시작해요. 늘 곁에서 변함없이 존재하는 사람이 그저 살아있음에 감사해요.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모든 일은 하면 된다'라고 생각해요. 계절을 느끼고, 사람을 느끼고,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는 오늘도 수고한 나를 토닥토닥 쓰담쓰담 해주는 걸 잊지 않아요. 삶은 곳곳에 보물을 숨겨두고 있다는 생각이에요. 보물은 찾는 사람들 눈에만 보인다는 생각이에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를생각하며 살고 싶어요.
살다가, 기꺼이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날 때가 오면 사랑하는 가족에게 함께 해 주어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어요. 내게 와서 부모로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어 고마웠다고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싶어요.
만약 딱 한 가지만 아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라고 하면,
"세상 무엇보다 우선하여 자신을 사랑하라."
몇 가지를 더 말해주길 원한다면
"어떤 고난의 순간에도 긍정을 선택하라."
"몸을 움직여라."
"마음의 파도소리에 귀 기울여라."
마지막으로 하나를 욕심내어 덧붙일 수 있다면
"책을 가까이하고 글을 쓰면 좋겠다." *
삶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싶어요.
다만, 가능하다면 내가 살던 집에서 나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어요.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사람들 곁에서 죽음도 삶의 일부이니 그렇게 마지막을 살고 싶어요. (호스피스도 좋겠지만 나는 내 집이 나의 마지막을 보낼 가장 좋은 곳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떠나기 전에 나의 반려 물건들도 버릴 것은 미리 정리하고, 기쁘게 쓸 사람을 새 주인으로 찾아주고 싶어요. 그렇게 '잘' 이별할 수 있도록 매일매일 '잘 사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 생각하고있어요.
* 아빠가 떠난 뒤 거친 세상과 홀로 맞서야 할 아이들에게 박수명 씨가 남긴 '아빠의 당부'를 읽으며 나의 경우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 <후회 없이 살고 있나요?>의 주인공으로 삶의 유한함, 소중함, 감사함을 다시 물어주신 모든 분께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