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 망초꽃같이

소박하지만 가만히 빛나는 시간들이 함께 하길

by lee나무

한 여름 초입, 하얀 망초꽃이 여기저기 피었습니다.

다소곳하게 핀 소담스러운 해 질 녘 망초꽃같이 예순의 조리실무사님은 그렇게 겸손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퇴임식을 마련해주실 거라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며 낮추어 낮추어 감사의 인사를 부끄러운 듯합니다.

알록달록 존재감을 드러내는 봄꽃들이 사라진 자리, 초록이 무성한 여름 길가, 언덕 언저리 곳곳에 하얗게 피어나는 망초꽃이 더 곱게 느껴지는 까닭입니다. 억지로 드러내지 않아도 가만히 빛나는 존재감입니다.

그저 뒷바라지하는, 잘난 체하지 않는 어머니의 노동은 어머니의 사랑과 닮았습니다.


오늘 두 분 조리실무사님의 정년퇴임식이 소박하게 치러졌습니다.

25년을 매일같이 학교 급식소에서 700명이 넘는 아이들 점심을 지으셨지요.

아이들이 많을 때는 1,000명도 넘었지요.

봄, 여름, 가을, 겨울

더운 날도 추운 날도 하얀 위생복과 위생모자, 마스크로 몸과 얼굴을 가린 채로

뜨거운 불과 열기, 무거운 조리기구와 식기들과 씨름하며

25년을 하루같이 밥상을 차렸습니다.


한 직장에서 정년퇴직함은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일입니다.

그것이 육체의 반복적 노동, 날마다 똑같이 주어지는 노동을 말없이, 묵묵히, 정해진 시간에, 시간을 다투어, 무사히 해내야만 하는 일일 때는 더욱 그러합니다.

자라는 아이들 밥상을 차리는 일은 더욱 그러합니다.

연세가 많은 분들이 해주시는 따뜻한 밥으로 우리 모두는 날마다 하루가 든든했습니다.


하얀 망초꽃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매일의 시간을 오롯이 자신이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들로 피어나기를 소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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