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미래

공간 디자인이 바뀌면 사회가 바뀐다.

by lee나무

공간. 공간이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공간이라는 낱말을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하고,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어느 순간 내가 좋아하는 공간 속을 여행하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나'는 공간에 따라 마음의 자리, 마음의 색깔이 달라지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역사는 공간의 역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공간을 만들고 공간에 시대의 가치와 의미, 의도를 담았습니다. 역사 속에서 공간은 그 시대의 권력 구조를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권력 구조의 상위에 위치한 사람들은 그들의 힘과 권력을 형상화하여 사람들 앞에 보여주고자 하였습니다. 공간은 권력에 기여한 최고의 공헌자가 아닌가 합니다. 권력 구조의 하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 공간들을 우르러보며, 또는 그 공간들을 동경하며 공간의 의도에 항복하는 자신을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고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인류에게 우선 가치로 자리잡으면서 소수의 공간이 아니라 다수가 누리는 공간으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느 시대든 사회적 약자들은 공간적으로 취약하다'는 문장은 유효한 것 같습니다.


사람의 일생은 공간의 일생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가에서 아이로, 청소년으로, 청년으로, 장년으로, 노년으로 인생의 때에 따라 공간의 모습과 내용이 달라집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여건이 된다면, 나만의 공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오롯이 내가 되는 공간을 갖고 싶어합니다. 공간이 나이고 내가 공간이 되는 그런 곳에서 사람들은 충만해집니다. 여의치 않아서 그렇지 공간에 대한 갈망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렇다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공간을 갈구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공간을 갖지 못할 때 아픈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사회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요? 돈이 있고 없음에 상관없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평등하게, 하늘, 바람, 구름, 공기, 바다 등등 자연처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공적 공간을 구성하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공간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정부는 일반 시민 누구나 공짜로 누릴 수 있는 양질의 오프라인 공간이 도시의 1층 곳곳에 배치되도록 도시 공간 구조를 리모델링해야 한다."


코로나 19가 한창일 때, 우리는 거리두기로 집안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보고 싶은 형제도 거리두기 허용 인원에 묶여 만날 수 없었습니다. 부모님도 순번을 정해 허용 인원 안에서 만나야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부자들은 그들만의 공간 속에서, 철저하게 보호된 공간에서 삼삼오오 사적 모임을 즐겼다고 하지요. 그래서 최고급 호텔은 예약하기도 힘들었다고 하고 값비싼 독채 펜션은 몇 달치 예약이 끝나 있을 정도로 성황이었다고 합니다. 전염병은 공간에도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켰습니다. 공간 소비에서도 계층의 심화는 두드러집니다. 위기상황에서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힘없고 소외된 계층의 고통은 증배됩니다.


공간의 의도, 공간의 분배, 공간의 사회적 의미에 대한 예민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수도권을 비롯한 도시의 아파트값은 사상 최대치로 뛰었습니다. 가지지 못한 사람의 박탈감은 분노에 이르렀습니다. 근면한 노동이 어리석게 느껴졌습니다.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은 바보처럼 느껴졌습니다. 땅과 집에 사회자본이 집중되는 것은 건강한 사회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악순환의 고리입니다. 자본이 기업의 기술혁신과 경제발전, 누구나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사회 인프라 확충 등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로 움직일 때 살기좋은 사회가 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땅따먹기 놀이에 뛰어드는, 뛰어들게 만드는 악순환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더 많은 사유화된 공간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치열한 전쟁터를 연상케 합니다.


작가 유현준이 제안하는 '공간의 미래'가 의미있는 이유. 공간구조를 새롭게 구성하는 디자인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의 계층 간 이동 사다리를 만들려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오프라인 세상에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은 사람 간의 '만남의 밀도'가 높아지면서도 동시에 전염병에 강한 도시 공간이다. 우리 시대의 '영조의 청계천 준설' 같은 사업은 무엇일까? 선형의 공원, 자율 주행 로봇 전용 지하 물류 터널,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 규모는 작아지고 다양성은 많은 학교, 다양한 부도심, 특색 있는 지방 도시가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비전 없는 부동산 정책들과 세금 정책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도시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공짜로 즐길 수 있는 공적 공간을 만드는 일의 중요성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