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라고 물었을 때의 대답은 사랑을 나누어주는 삶인 것이다. 그보다 위대한 것은 없다.
100년을 넘게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일어나는데, 육체와 정신의 건강함을 유지한 채로 백수를 누리며 여전히 강연과 글쓰기를 왕성하게 하고 있다면 '그 비결이 무엇일까' 하며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철학자이자 연세대 명예교수이며 많은 저서를 남긴 <김형석> 선생님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했다. 3년 전쯤이었을까. 우연히 유튜브, TV 등 매체를 통해 선생님의 존함을 기억하게 되었다.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선생님의 외모도 말씀도 백세라고 믿기지 않았다. 그렇게 선생님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지냈다. '잘 나이 들어가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그러했다. 보고 배울 수 있는 '큰 어른'이 계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큰 재산이며 자랑이기도 함을 알기에 더욱 그랬다.
글쎄, 되돌아보면, 젊은 날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삶의 과업을 살아낸다고 빠르게 지나갔다는 생각이다. 졸업, 취업, 결혼, 출산, 육아, 자녀교육, 부모공양, 직장생활...... 자신과 마주하여 가만히 대화하며 삶을 성찰하고 설계할 여유가 없었다는 생각이다. 20대, 30대, 40대는 해야 할 일들을 하다 보면 하루가, 한 달이, 일 년이 지나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일 속에서 작은 성취와 그 역할들을 해내느라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 날 반백년이 지난 시간 앞에 닿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들은 아직 살아보지 않아 모르긴 해도 아마도 느리고, 스스로 깨어있지 않으면 하루가 지루하고 의미 없게 느껴져서 우울해지기도 하는, 그래서 더욱이 스스로 깨어있으려 노력해야 하는, 그런 시기일 것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내 삶을 후회 없이 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김형석> 선생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도 이와 닿아 있다. 부모가, 지혜롭고 온화한 노부모가 존재하고 계심이 자녀들에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고 있기에 나의 꿈은 이와 닿아 있다. 사랑하는 아들, 딸 곁에 건강하고 지혜롭고 넉넉한 부모로서 존재하는 것. 아이들이 바쁘고 호기심 많은 청장년기를 보낸 후, 그들이 노후를 준비하며 노부모와 마주 앉아 그들의 수고와 앞으로의 나이 듦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그런 날이 나에게 행운같이 주어진다면 인생에서 가장 큰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얼마 전 성당에서 하는 부부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나의 권유에 남편이 순순히 응해주어서 고마웠다. 그 프로그램은 부부 대화의 시간이 대부분이다. 지금껏 살아낸다고 우리는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엔 남들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사실이나 정보 위주의 대화가 주였다.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살핀다거나 서로가 바라보고 있는 인생관 등에 대해 깊은 대화의 시간을 갖지는 못했던 것 같다. 프로그램을 통해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지금까지 무탈하게 서로의 곁을 지켜온 것', '서로가 바라는 앞으로의 삶'에 대해 대화했던 것이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우리 부부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고, 기꺼이 함께 노력하고 도우며 '나이 들어갊'을 살아낼 수 있겠다는 일치감이었다. 우리가 살고 싶은 삶을 마지막까지 살아내는 것. 그것을 위해 어디를 바라보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고, 살고, 대화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 겉모습이 노쇠해지더라도 정신은 맑고 맑아서, 그렇게 삶의 끝에서 수용과 충만과 감사가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한다.
나도 저 어른같이 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 김형석, <백년을 살아보니> 속 밑줄
노년기는 언제부터 시작되는가. 보통 65세부터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와 내 가까운 친구들은 그런 생각을 버린 지 오래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 늙지 않는다. 노력하는 사람들은 75세까지는 정신적으로 인간적 성장이 가능하다. 나는 오래전부터 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 사이라고 믿고 있다. 내가 1961년에 처음 미국에 갔을 때 가장 부러웠던 것은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었다. 백인 교수들은 모두가 그렇게 믿고 있었다.
나이 들었다는 것은 손아래 사람들을 위해 주라는 뜻이다. 사랑하고 위해주는 마음이 있으면 실수와 부족한 점이 있더라고 존경과 감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노후에는 일이 없는 사람이 가장 불행하다. 그 일을 미리부터 준비해두자는 생각이다.
내가 푸대접을 받았어도 상대방을 대접할 수 있는 인품, 모두의 인격을 고귀하게 대해줄 수 있는 교양, 그 이상의 자기 수양은 없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해서 지식을 넓혀가는 일
늙는다는 것은 꽃이 피었다가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익어가는 것 같은 과정이다. 그 기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혜이다. 지혜를 갖춘 노년기와 지혜를 갖추지 못한, 흔히 말하는 어리석은 노년기의 차이는 너무나 뚜렷하다.
주변에서 일과 명예의 욕심 때문에 더 유능하게 일할 수 있는 후배들의 시간과 가능성을 빼앗는 경우를 자주 본다. 심지어는 그 욕심과 무리한 의욕 때문에 스스로의 건강과 인생의 좌절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는 선한 의욕이라고 해도 노년기를 맞는 지혜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일이 내 건강을 유지해주었다고 믿고 있다. 지금도 하루하루 그렇게 살고 있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는 하루에 몇 시간씩밖에 수면시간을 갖지 않았다. 정신적 일뿐 아니라 유체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90을 넘길 때까지 손을 놓은 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