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의 사소한 감정을 기록해둔 노트를 펼쳐보면,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도 그때의 감정이 적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43쪽)
앞으로 나는 어떤 시간으로 내 삶을 채워가야 할까.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자주 쓰게 되기를 바랐다. 많이 보고 잘 듣고 계속 써 내려가는 삶이 되기를. (121쪽)
개인의 취향에 빠져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을 닫지 않기를.(125쪽)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이 질문은 내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번역된다.
남의 언어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언어로 살아가기 위해 나는 쓴다.(중략) 글을 쓰는 과정은 나라는 사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151쪽)
기록. 모든 기록은 쓸모 있다. 그것이 궁극에는 사라질지언정. (쓸모를 다하고 필요가 없어져서 나와 함께 흙으로 돌아갈지언정) 그것이 단지 나만을 위한 것일지언정.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공감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모든 것을 기록하지 못한다. 오로지 나만의 사소하고 개인적인 감정을 굳이 주절주절 글로 옮겨야 할까? 글이란 것이, 일기가 아닌 바에야, 독자가 있는 법인데. 그런데 그랬다. 기록하는 나와 그것을 바라보는 나, 나 아닌 누군가 사이의 간극. 그 두려움과 허탈함이 '사소한 감정'을 기록하는 것을 주저주저하게 하고 지나쳐 버리게 한다. '다 지나가니까' 하면서. 그러고 나면 허무하게도, 그때는 전부였던 시간들이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린 것 같은 공허감이 들기도 했다. (기억한다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 때 그 시간들은 또한 나의 모든 것이었기에)
쓰면서 나는 스스로 치유됨을 자주 느낀다. 말로 뱉어내고 나면 왠지 더 공허해지는데, 빈 종이 위에 글자로 쓰고 나면 그 낱말이, 그 문장이 나에게로 되돌아 향하며 위로를 건네었다. 말은 허공에 떠돌며 흩어져버리는 것 같은데, 글은 고스란히 머물러 정신을 더 맑게 해 주었다. 이런 이유로 나는 부족하지만 여백을 친구삼아 자판을 두드리고, 볼펜으로 긁적이는지 모르겠다. 더 잘 살기 위해서. 자신과도 타인과도 조화롭게 더 잘 살기 위해서.
*<기록의 쓸모>, 이승희 지음
- 이 책에는 정말 기록에 열심인 작가의 '모든 기록에 관한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기록으로 배우고 성찰하고 성장하는 것.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