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그냥 쉬는 거 아니야? 응, 아니야.

어느 남자 공무원의 육아휴직 두번째 이야기

by 자향자

2022년 12월 30일 금요일. 회사에서의 마지막 출근. 한겨울의 날씨는 춥디 추웠지만 마음만은 왠지 모르게 굉장히 시원했던 날. 7년 동안 주야장천 일만 하다가 '육아휴직'이라는 카드를 사용해 당분간 근로에서 해방될 수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마음 아니었을까.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사명감도 사명감이지만 공무원이기 전에 나도 근로자이고 사람이기에 쉼이 필요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올해 2월. 나는 어느새 반주부가 다 되어가고 있다. 매일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요리 관련 블로그를 찾아보고 냉장고를 열어보며 엄마가 보내준 밑반찬은 어느 정도 남았는지 어디 반찬거리 해 먹을 것은 없는지 뒤져보는 게 일상이며 집안에 머리카락이라도 굴러다니면 나도 모르게 부리나케 돌돌이나 청소기로 집안을 깨끗이 하는 습관이 생겼다.


육아휴직 이후, 나보다 딸아이를 섬세하게 살피는 아내가 집중 육아자로써의 역할을 맡고, 나는 요리 및 청소 등을 하는 육아 지원군이자 주부로써의 역할에 집중하기로 했다. 물론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아기를 돌보는 역할이 훨씬 더 힘들고 고되다. 아내는 '엄마와 아빠 중에 아이를 더 잘 보는 이가 엄마라고 생각한다'면서 본인의 역할에 아직까지는 큰 불만이 없다고 말한다. 매번 이렇게 예쁘게 말해주는 아내에게 나는 항상 고마움과 경의를 동시에 표한다.


육아휴직 초반, 나는 '쉼'이란 단어에만 초점을 맞춘 탓에 애를 먹었다. 제일 처음 내가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은 요리는 둘째치고 '기본적으로 아기에게 해줘야 하는 것들' 예를 들면 아기 분유 먹는 시간 및 횟수, 아기 목욕물 온도 맞추기, 아기가 낮에는 어떤 기저귀를 사용하고 저녁에는 뭘 써야 하는지, 젖병은 어떻게 세척하는지와 같은 육아 기초 부분이었다. 직장에 다닐 때는 육아방법에 대한 관심도 덜했을뿐더러 이해도도 낮았기 때문이었겠다. 작년부터 아내가 백번 이상은 설명해줬던 것 같은데 돌아서면 잊어버리고를 반복하면서 한동안 꽤나 고전했으니까.


외벌이 시절에는 내가 출근하면 아내가 모든 것들을 해왔기에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었다. 육아를 하러 들어온 나에게 당연히 나의 역할이 주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육아나 요리나 막상 해보니까 정말 쉬운 건 하나도 없었다. 이 시대에서 주부로 살아가는 이들의 심정을 나는 지금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면 주부들에게는 집이 곧 회사이고 24시간 돌아가니까 말이다.


나는 솔직히 말하면 육아휴직이 그냥 쉬는 건 줄 알았다. 아내는 내게 '우리가 공동으로 육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지만 나는 내심 회사일을 쉬어간다는 사실에만 마음이 뜰 떠있었다. 결론적으로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아내의 도움으로 회사에 갓 입사한 인턴사원같이 육아 및 집안일을 하나씩 배우고 배운 것을 응용하면서 육아 빌드업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해 봐야 뇌리에 확 꽂힌다. 경험이 반복되면 몸이 스스로 기억한다. 지금의 나는 아이를 온전히 홀로 맡아 목욕도 시키고 분유를 먹여 밤잠까지 재워본 경험도 있고,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정도는 어느 정도 쉽게 준비할 정도로 육아하는 부모로서의 구색은 어느정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나는 입으로만 나불거리는 사람들의 말보다 진짜배기로 한번 경험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욱더 경청하는 편이다.


회사에서의 삶보다는 훨씬 자유롭지만, 육아의 세계에서는 또 그들만의 리그가 있고 규칙이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이 있듯이 아내와 남편이 전심을 다해 육아에 힘쓴다면 고단함도 즐거운 것으로 바꿔낼 것이고 오히려 이를 즐거운 추억으로 남길 수 있다. 만약 육아휴직을 예정하거나 고민 중에 있는 부부가 있다면 딱 한 가지만 말해주고 싶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해주면 서로에게 더욱 편리할지를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자. 육아휴직은 그냥 쉬는 거 아니다. 육아휴직은 육아하라고 회사에서 잠시 놓아준 것뿐이다.






작가의 이전글육아휴직 신청, 그리고 공동육아의 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