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신청, 그리고 공동육아의 서막

어느 남자 공무원의 육아휴직 첫 번째 이야기

by 자향자

육아휴직을 한지도 벌써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작년에는 회사에서의 하루가 마치 드래곤볼에 나왔던 '시간의 방'에 있는 것과 같이 정말 더디게 흘렀는데, 올해는 상대적으로 시간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날이 많아서인지 몰라도 어느새 2월까지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다.


나의 직업은 공무원이다. 남자 7급 공무원. 초짜도 아니고 베테랑도 아닌 애매한 중간의 위치. 공무원 조직 내에서는 가장 열심히 일해야 하는 직급이기도 하다. 사기업으로 치면 과장쯤 되는 직책이겠지 싶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나의 직업에 대해 두 부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편이다. 첫째로, 연배가 있으신 분들은 '철밥통'의 관점으로 '직업의 안전성'에 중점을 두고 바라보는 시선이다. 둘째는 현재의 MZ세대가 바라보는 시점으로 '고생만 하는 직업'으로 보는 시선. 딱 두 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8년이란 시간 동안 내가 공무원이란 직업으로 살아오며 생각한 우리 직군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남녀를 떠나 육아휴직 등의 제도를 눈치 보지 않고 나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내가 속해있는 공무원 조직에서는 남직원의 육아휴직도 이제 어느 정도 통용되는 분위기다. 부서의 팀장님 그리고 과장님께 정기인사에 맞추어 육아휴직을 쓸 계획이라고 말씀드렸을 때 뒷말은 그리 심하게 나오지 않았으니까. 다소 씁쓸하지만 이곳에서 내가 누린 최선의 호사를 나는 아직까지도 육아휴직이라 생각한다. 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현재 나는 아내와 함께 동반 육아휴직에 돌입한 상태이다. 조직에서 바라봤을 때 가장 열심히 일해야 하는 7급 남자 공무원은 회사 대신 딸아이와 아내를 선택했다. 아직까지 후회는 없다.


본래 나는 처음부터 아내와 동반 휴직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내가 복직을 할 타이밍에 맞추어 내가 교대로 육아휴직의 전선으로 뛰어들 계획이었으니까. 이러한 계획의 바탕은 우리의 힘만으로 온전하게 아이를 키워보고 싶어서 이기도 했고 더불어 양가 부모님의 사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신 중 산부인과에서 들었던 딸아이의 병환 소식을 시작으로 먼저 휴직에 들어온 아내의 나 홀로 출산 준비 마지막으로 출산 후 출퇴근을 하며 일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를 돌보는 것도 아닌 이도저도 아니었던 나의 지난 몇 달의 기간 내 머릿속에는 '육아휴직'이라는 단어가 지속적으로 맴돌았다. 그리고 나는 육아휴직 카드를 꺼내 들게 된 것이다.


육아휴직을 염두에 두면서 제일 큰 걸림돌이라 생각되었던 건 짐작했겠지만 돈문제였다. 아내와 교대로 휴직을 하려 했었던 것도 다름 아닌 그놈의 돈문제 때문이었으니까. 아내가 나보다 먼저 휴직에 돌입해 외벌이로 전환한 상태에서 조차도 주택담보대출, 마이너스 통장 등 각종 이자 상환 등의 돈 문제가 발목을 잡았었는데, 기본급만 지급되는 1년의 기간을 과연 잘 버텨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부끄럽지만 아이를 육아를 하는 것보다 먼저 생각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은 일단 아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며 육아휴직을 결정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나는 공동육아를 떠나 안식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이미 굉장한 만족감을 가졌다. 본래의 목적은 육아휴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2023년 1월 1일 그렇게 나는 아이의 공동 육아를 위한 첫 발걸음을 당차게 내디뎠다. 그러고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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