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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공무원 아빠가 깨달은 세상의 이치

by 자향자

2024년의 12월 31일 화요일. 오늘이 지나면 대단원의 2024년 한 해도 막을 내리게 된다. 상반기는 육아휴직 그리고 하반기는 회사로 복직하며 여름을 전후로 180도 변화된 삶을 살아냈다. 연초 휴직을 연장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복직을 앞둔 5월의 어느 날부터는 심장이 두근거렸고, 태양볕이 내리쬐는 한 여름에는 회사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런 심적 부침을 겪어낸 일련의 시간을 보내고 다소 누그러진 마음을 어루만지다 보니 어느새 2025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열두 달의 시간 동안 나는 과연 무엇을 했는고 하나씩 되짚어봤다. 올 한 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가? 자신감과 뛰어난 열정만큼은 인정하나 결과는 여느 해와 다름없이 아쉬움이 많았던 해라고 결론 내려본다. (올해는 유독 더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겉만 번지르르했고 실속은 없었다. 본래 계획을 거창하게 세우는 편인 내게 이 정도의 결과는 당연히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그나마 내가 얻어낸 결과물은 몇 가지 있었다. 한 아이의 아빠, 아내의 남편 그리고 나 자신으로 살아오며 세상의 이치를 다시 한번 확인했던 느낀 바를 2024년의 마지막 브런치에 정성스레 담아 보려 한다.



첫째, ‘인간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확인한 한 해였다. 나의 원에 의해 육아휴직을 연장했고, 이를 통해 아내와 딸아이가 사회의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을 함께 했다. 돈 때문에 육아휴직 연장을 잠깐 망설인 적도 있었지만, 괜한 걱정을 했었나 싶을 정도로, 아이러니하게 오히려 금전적인 부분은 아주 쉽게 해결됐고, 가족은 더욱 원숙미를 지닌 공동체로 성장했다. 18개월의 동반 육아휴직은 그렇게 성황리에 막을 내리게 됐다.



독일의 대표적인 소설가이자 시인인 괴테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할 수 있거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무엇이든 그것을 시작하라. 용기는 그 안에 천재성, 힘 그리고 마술을 가지고 있다.' 생각만 하는 사람은 지천에 널려있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실행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상위 10% 남짓에 불과하다. 행복을 성취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바로 실행하자.



둘째, '두려움은 결국 부딪혀서 이겨내야만 한다.' 18개월 간의 육아휴직 후 복직을 앞둔 6월의 마지막 날, 요동쳤던 심장 소리를 잊을 수 없다. 꿈의 나라 네버랜드에 머물다 다시 현생으로 돌아온 것과 같은 느낌이었달까? 아내 앞에서 '두렵지 않다. 할 수 있다.'라고 수없이 외치던 나였지만, 이른 아침 출근길의 익숙한 풍경과 공기가 정말 무겁게 느껴졌던 그런 시간이 있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개처럼 그렇게도 회사가 가기 싫었던 적이 있었다.)



맥을 못 추었던 복직 초반, 부침이 굉장했었다. 아내에게 무책임한 발언을 하기도 했고, 부모님께는 불안함을 전가시키며 걱정을 끼쳐드렸다. 나는 사실 회사가 두려웠다. '생소하고 난해한 업무를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휴직이라는 자유로움에 젖어 과거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던 탓이었다. 결정적으로 세상에 당연한 것이 어느 순간부터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순간부터 더욱 부침이 심했다.



세상에는 순리와 이치가 있다. 노력과 부침 없이 결과물을 단번에 만들어낸 이는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끊임없는 시도와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자신을 성장시키며 본인이 바라는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순리를 인정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두려움은 조금씩 사라져 갔다. 더욱더 멀리뛰기 위해 개구리는 움츠리고 있다고들 하지 않는가? 그렇게 믿기로 했다.



훗날의 더 높은 성장을 위해 지금 내게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해 보기로 했다. 업무 실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기로 한 것도 아마 이때즘 이었으리라. 부담감을 덜어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다가가 보기로 했다. 마음을 고쳐먹으니 회사를 출근하는 일에도 부담이 덜했다. 회사는 내 삶이 전부가 아니다. 회사의 인정은 자본주의에서의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오히려 그 반대다.) 당연한 이치를 깨달은 순간부터 두려움은 사라졌다.



셋째, '꿈이 없는 삶은 죽은 것과 다름이 없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지 않은가? 올해 나는 나 평생의 꿈 하나를 이루어냈다. 바로 출간 작가가 된 것. '책은 작가나 쓸 수 있는 거지. 일반인이 책을 어떻게 써?'라는 짧은 생각과 '책 하나 쓰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라는 추상적인 목표를 달고 산지 몇 년 만에 나는 '작가'라는 꿈 하나를 이루어냈다.



목표를 달성할 때 나는 또 다른 의미의 쾌락을 맛보았다. 회사에서 일과를 마치고 노곤한 몸을 이끌고 스터디카페를 150시간 이상 들락날락거렸다. 피곤해 미치겠고, 내가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 때도 있었지만 꿈에 그리던 종이책이 내 손에 놓였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5년 어간의 백수 생활을 종결짓고 공무원 시험을 합격했던 기분과 비슷했다.) 여러분이 그토록 갈구하고 갈망하던 것이 이루어졌을 어느 순간이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 딱 그 정도의 느낌이었다.



꿈을 향해 전진하는 삶 앞에선 어떤 불리한 상황도 종국에는 신기하게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가 부여된다. 계속 고민하며 해결방안 찾아보고 시도하는 과정을 통해 꿈에 조금씩 다가서게 되는 것이다. 내년 역시 더 큰 꿈을 가지고 나는 인생을 살아보려 한다.



상기에 언급한 세 가지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성격 하나는 무엇일까? 바로 '자율성'이 아닐까? 회사에서의 힘든 주중의 일과를 끝내고 맞이하는 주말을 생각해 보라. 주말의 모든 일정은 나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주말은 언제나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다. 주어진 24시간은 동일한데, 자율성 하나로 이렇게 삶이 변화될 수 있다. 결국 인간은 자율성이 부여될 때 활력이 넘치는 삶을 이어갈 수 있다.



다가올 2025년, 여러분과 나에게 더욱 자율성이 넘치는 삶으로 꾸며나가길 바라본다. 생각하기 나름이고, 분명 상황은 내가 바꿔낼 수 있다. '가난하게 태어난 건 죄가 아니지만, 가난하게 사는 건 죄다.'라는 명언도 있지 않은가? 세상이 잘못되었다는 식의 핑계 대신 세상이 숨은 보석과 같은 나를 찾는 시간이 되도록 만들어가는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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