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첫날을 맞이해 딸아이 그리고 아내와 함께 아쿠아리움을 방문했다. 무려 6일이나 지속되는 이번 연휴 기간 아이와 알찬 시간을 보내기 위한 부부의 첫 번째 계획이었다. 수족관으로 아이와 데이트 장소를 정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지난주, 아이와 함께 대부도에 있는 '어촌 박물관'이라는 곳을 방문했었는데, 딸아이가 박물관 입구에 있는 수족관을 넋을 놓고 보고 있던 것이 내 기억에 남아있었다. 다른 볼거리도 꽤 있었는데, 한참을 물고기만 바라보던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보답하고자 언젠가 한 번은 꼭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마음먹었다가도 금세 잊어버린 탓에 그제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아이를 어딜 데려갈지 한참을 고민했다. 그놈의 건망증. 아이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수족관 입구에 다다랐을 뿐인데, 입구에 있는 작은 수족관을 바라보며 "우와! 예쁘다."를 연발하던 녀석의 포효. 잘 데려왔구나 싶었다.
아쿠아리움 입장료가 적지 않지만, 설 명절을 기해 명절수당도 들어왔으니, 세뱃돈을 현물로 주는 셈 치고, 아이가 크도록 좋아하는 물고기가 득실득실한 곳에 함께 손을 잡고 입장했다. (사실 내가 설레었다.)
책에서만 보던 흰동가리(니모), 가재, 새우 등의 수중 생물을 직접 보며 놀라워하는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어 사다리 역할을 자처했다.
아이를 번쩍 들어서 "저기 봐, 수달이야!", "저기 봐, 거북이야!" 하면서 부산스럽게 들었다 놨다를 쉴 새 없이 해댔다. 수달이 물장구를 치면서 장난을 치는 모습을 아이가 입을 벌리고 쳐다본다. 한쪽에 수십 마리의 거북이들이 모여있는 수족관에 다가가서는 "고부기" 하며 뭐가 그리 신나는지 박수를 쳐댄다.
책이나 영상에서만 보던 수중생물의 크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아이에게 이보다 신기한 일이 있을까? 심지어 나도 신기할 정도였으니까. (실제로 피라니아도 봤는데, 우와 나는 상어보다 이게 더 무서웠다. 인간의 상상력이란.)
사실 이날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건 따로 있었다. 바로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무시무시한 상어. 집에서 아이와 책을 보며 "상어는 어때?"라고 말했을 때마다 "무서워"라고 대답하던 녀석에게 꼭 한 번은 보여주고 싶었다. (아빠들이라면 어떤 느낌인지 알겠지?) 실제로 아이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아쿠아리움에서는 관람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를 운영한다. 이날 백미는 '머메이드쇼(인어쇼)'였다. 인어 분장을 한 사람이 수족관에 들어가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10분 남짓한 공연에 아이는 홀딱 그녀에게 빠져버렸다.
참으로 신기했겠지? 상반신은 사람같이 생겼는데, 하반신은 물고기 형태를 하고 있는 수족관의 그녀가 말이다. 물속에서 한 바퀴로 돌기도 하고, 여러 율동을 보여주는 모습 앞에 아이는 인어에게 푹 빠져버린 듯했다. 그 자리에서 한번 움직이지도 않고, 내내 지켜봤으니까. (인어 덕분에 정말 사진 많이 찍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난 공연을 뒤로하고, 저 멀리 사라지는 인어의 모습을 아이는 한참이나 바라봤다. 딸아이의 아쉬움이 더 해졌을까? 사라졌던 인어가 다시 나타나 우리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참으로 고마웠다.)
어렸을 적 내가 부모에게 느낀 아쉬움을 아이에게까지 전가시키고 싶지 않다.(그때는 그랬다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다.) 부모로서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과 함께 자신이 책에서 보고 누군가에게 듣기만 했던 것들을 아이가 직관적으로 보길 원한다.
이 날 아이는 인어를 보고 푹 빠져버렸다. 다시 인어공주 책을 읽는다면 그 녀석의 머릿속에 영화 필름처럼 스쳐 지나가겠지. 그 필름의 테마가 행복으로 가득 차길 바란다. 사랑한다. 내 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