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투고를 한지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었다. 참고로 이번 출판기획서에는 개인 연락처를 일부러 함께 적어놓았는데, 이는 더 많은 출판사로부터 접근이 용이토록 하기 위함이었다. 점심시간 직전, 난생처음 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이 느낌적인 느낌. 사람이라면 직감이란 게 있고, 그 직감은 대부분 딱 맞아떨어진다.
"여보세요?"
"네, OO 출판사입니다. 자향자 님 맞으신가요?"
"네, 맞아요"
"통화 잠깐 괜찮으세요?"
부리나케 하던 일을 덮어두고 회사 복도로 나왔다. 어느 직함의 어느 장이라는 그는 본인의 회사가 전통이 있는 출판사라며, 내게 일장연설을 시작했다. 사실, 출간을 한번 했다 뿐이지 어느 출판사가 유명하고 인기 있는지 내가 알리가 없다.
책을 끼고 사는 사람도 아니니 내 무식이 탄로 날까 봐 그저 '네네' 했던 게 전부. 하지만 내게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계약 시스템. 돈이 들어가는 문제 말이다. 다른 건 다 몰라도 이 부분에 대해선 조금 깊이 알아야 했다. 그리고 물었다.
"계약은 어떤 형식으로 맺는 건가요?"
"계약금은 따로 없고, 50부가 판매될 때마다 인세가 지급됩니다."
"계약금이 없어요?"
"우리 같은 대형 출판사가 신인 작가에게 얼마나 많은 비용을 쏟는데요. 어쩌고 저쩌고"
신인작가의 입장에서 그들이 나보다 갑의 위치에 있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가 내게 제시한 안은 솔직히 말해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저녁 늦게 집에 돌아와 스터디카페에 들러, 두 달 넘게 24시까지 꼬박 글만 써댔는데, 내 글이 진짜 그 정도의 가치밖에 안 된다는 건 스스로 용납이 안 됐다.
"네, 일단 알겠습니다."
"연락 주세요."
뚝. 그 후 별도의 연락은 하지 않았다. 구미가 당기는 제안도 아니었을뿐더러, 그들에겐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다. 나의 출간기획서를 제대로 보기나 한 건지, 출간 경험이 있다는 나의 말에 흠칫 놀라던 그의 음성이 생생하다. 맞다. 그들은 나와는 결이 맞지 않는 출판사였다.
출간 계약을 한번 해본 것도 경험이라면 경험이었다. 사실 그의 제안대로라면 나는 자비출판을 하는 셈이었다. 그렇게 책을 내느니 내 스스로 독립출판을 하는 편이 훨씬 더 의미있을 법했다. 본래 내 계획은 이러했다. 출판사에 원고 투고를 힘닿는데까지 하고 진척이 없다면, 내가 직접 출간하는 방식.
'종이책 출간하기'는 올해 내 최종 목표였다.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방법은 무관했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낼 수 있다면 공신력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설령 안된다 치더라도, 다소 아쉽지만 내가 독립출판을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굳이 내가 그런 제안에 적극적으로 메달릴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 ‘만약 내가 저명한 인플루언서였다면, 그들은 내게 그런 제안을 거침없이 해댔을까?’ 그럴리 없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훌륭한 글솜씨를 지니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어느 정도 자신의 팬층을 두텁게 확보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어느 분야든 그렇겠지만.) 역으로 생각해보자. 본인이 인플루언서고 팬층이 두텁게 형성되어있다고 가정해보겠다. 이런 환경에서 책을 집필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간 본인과 충분히 소통해온 팬들은 그의 책을 한번은 들여다보지 않을까? 심지어 글재주도 조금 겸비하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어쩌면 요즘 트렌드에 비추어 봤을 때, 출간을 위해 가장 선행되어야하는 건, 아쉽게도 글솜씨가 아닌 몇천 몇만의 팔로워를 지니고 있는지 여부다.(진짜다.)
결론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다. 출간을 하고 싶다면, 다방면의 SNS를 시작해 자신을 알리는 일부터 시작하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조건 세상에 알려야한다. 그러고 자신의 글을 하나둘 그들에게 스며들게 하자. (나도 아직 미진한 부분이라 어렵긴 하다만, 이건 정말 확실한 방법이다.)
나 또한 여러분에게 나의 출간 과정을 하나둘 공개하며, 나를 알리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일상이나 당신의 글을 온라인 세상에 퍼뜨리자. 이와 동시에 출간을 위한 원고 작업을 하자는 말이다. (최종 탈고를 마친 이후, 여러분은 100% 홍보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어쨌든, 원고 투고 후, 첫 출발은 너무 좋았으나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그래도 희망적이었다. 투고 하루 만에 전화를 받다니, '놀랠 노'자가 아니던가. 그렇게나 좋았던 기운은 과연 주욱 이어졌을까? 다음 화로 넘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