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 후 하루 만에 내게 전화 왔던 OO출판사보다 내게 더 빠르게 회신을 준 출판사는 사실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내 인생 첫 종이책 출간을 도와준 △△ 출판사. 스팸메일로 구분되어 뒤늦게 보긴 했으나, 엄연히 따지면, 먼저 메일을 보낸 해당 출판사가 나의 첫 원고를 검토해 준 셈이었다.
함께 작업을 한번 해봤던 지라, 그들의 제안은 익숙했다. 늘 그렇듯, 내 원고를 섬세하게 검토한 작업의 흔적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글쎄. 그 빠른 시간 안에, 어떻게 그렇게 속도감 있는 검토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비 작가 또는 신인 작가의 입장에서는 상세한 검토가 그렇게나 반가웠다.
원고의 장점과 단점을 고루 섞어 말하며 본 출판사와 함께 한다면, 굉장한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거라는 그들의 말이 여전히 솔깃하게 다가왔다. 사람들이 진부한 스토리텔링을 싫어한다고들 하지만, 내가 볼 때 가장 먹히는 이야기는 주인공이 고난에 처하고 조력자가 나타나 그를 구원해 주는 진부한 스토리다.(이는 무조건이다.)
티브이 광고에 나오는 여러 제품 광고를 가만히 들여다보라. 악취에 고생하는 고객을 위해 살균효과가 엄청난 세정제가 나타나 눈 깜짝할 사이에 욕실을 깨끗하게 만드는 광고 영상.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는가.) 이런 진부한 스토리가 통하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그런 류의 광고를 평생 보게 되는 것이다.
과연 그들의 전략은 나에게 이번에도 통했을까? 이번 두 번째 원고 투고를 하며 가장 마지막에 메일을 보낸 출판사는 과연 어디였을까? 맞다. △△ 출판사였다. 그럼에도 가장 먼저 긍정적인 회신을 주었던 △△ 출판사에게 조금 기다려 달라고 했다.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고, 다른 출판사에게 회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새로운 출판사와 협업을 해보고 싶었다. 조금 더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면 했고, 그 안에서 내가 고민하길 원했다. (착각은 자유지만.)
하나, 이번에도 내겐 그런 멋진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주일 간 25개의 출판사에 원고 투고 메일을 보냈고 서너 개의 출판사에서는 어렵다는 답신을 그리고 두 개의 출판사에서 긍정적인 회신을 받았다. 아쉬움을 금치 못했지만, 이 또한 글쓴이의 능력이니,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고민되더라. 조금 더 기다리면서 계속 투고를 할 것인가. 아니면 빠른 결정으로 결과물을 내는데 집중할 것인가. 뼛속부터 한국인이다.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빠르게 추진하고, 누구보다 빠른 결과물을 원한다. (돈 버는 것 외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할 자신 있다.)
올해, 꼭 출간하고 싶다는 나의 바람은 결국 다시 일전에 함께 했던 △△ 출판사로 눈을 돌리게 된다. 딱히 별다른 선택지도 없었다. 비하인드 스토리로 본부장이 직접 메일을 보내 나의 마음을 한번 더 흔들었다는 것은 안 비밀로 하겠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흔쾌히 인내해 준 그들에게 회신을 보냈다. '이번에도 계약하겠습니다. 다만.' 나는 무슨 또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별다른 이유가 있긴 했었다. 회사에서 난생처음 해보게 될 업무 덕분에 미치도록 바빠질 예정이었다.
작년에도 회사 업무와 퇴고를 작업하면서 굉장한 부침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조금 여유를 갖고 출간 작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했다. 과감한 제안을 했다. '계약은 하되, 본격적인 교정과 교열은 7월 즈음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라고 역제안한 것.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톰 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의 야망을 깔고는 사람을 멀리하라. 위대한 사람은 남들에게도 위대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이번에도 나의 의견은 받아들여졌을까? 출판사는 이번에도 기다림의 미덕을 보여줬을까? 다음 화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