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은 먼저 받고 시작은 나중에 하겠다.'라는 나의 말도 안 되는 제안에 출판사는 과연 어떤 회신을 보내왔을까? 매우 그리고 아주 간단했다. "네, 그렇게 하시죠." 보낼까 말까를 수십 번이나 고민하다 보낸 나의 메시지가 다소 허무하게 끝을 맺는 순간이었다.
사실 보내면서도 무례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도대체 뭐라고 감히 이런 제안을 한다는 말인가. 한강, 북한강 아니 실개천급도 안 되는 내가 감히? 내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난생처음 해보는 업무를 맡게 되고 지지부진하던 업무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개인 시간이 확연히 줄어든 것이 계기였다.
야근이 많아질 것을 대비해 혹시나 원고 집필 중, 원하는 방향의 글이 전개되지 않을까 싶어 일말의 시간을 요청했던 것. 두 번이나 보잘것없는 나의 원고를 택해준 출판사에 감사할 따름인데, 흔쾌히 응해준 출판사의 회신에 감사함을 전했다.
그럼 맡은 업무는 어떻게 됐을까?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일단 과장, 팀장이 "수고했다."라고 말하는 걸 보니 어느 정도 잘 치러진 듯하다. 이 날의 행사 1시간을 위해 원고 교정, 교열 시간을 미뤘다는 게 다소 씁쓸하긴 했지만, 그놈의 역량 부족 덕분에 교열, 교정에 4주라는 시간을 뺏겨버렸다.
그럼 4주라는 시간 동안, 출판사의 편집자와 예비 작가는 어느 정도의 피드백을 주고받을까? 일반화할 수 없다. (나도 안다.) 다만, 경험한 기준으로 말해본다면, 일주일에 1회 정도 메일을 주고받는다.
출판사가 원고 또는 요청사항을 메일로 안내하면 예비작가는 일주일 동안 눈알이 빠지도록 요청사항에 맞추어 원고를 수정하거나 출판사가 내준 숙제를 완성한 후 제출한다. 나는 이렇게 5회 정도 진행했다.
실제로 원고를 수정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필력이 정녕 이 정도밖에 안 됐었나?', '내가 원하는 방향은 이게 아닌데.' , '아이디어는 왜 이렇게 안 떠오르는 거야.'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들 거다. 시간도 없고 내야 할 시간은 다가온다.
그래도 인간은 엄청난 동물 아닌가. 나는 단 한 번도 숙제를 밀려서 제출하지 않았다. 그 당시든 생각이라곤 어찌 됐건, 엄연한 계약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은 약속이기도 하니 책임감이라는 게 있었다.
만약, 도저히 시간 내 할 수 없을 것 같다면, 편집자와 협상하여 시간을 조율하면 된다. 어쨌건, 출판사도 일정 금액과 시간을 투입했으니, 출간이라는 목적을 위해 예비 작가를 최대한 배려해 줄 거라 생각한다. 따로지만, 결국 목적은 하나니까.
아마 이번 주내 편집자에게 연락해 '이번 주부터 원고 수정에 참여할 수 있다.'라고 말하게 될 것 같다. 다시 시작되는 두 번째 원고 수정, 두렵고 설렌다. 이번엔 그들이 어떤 어마어마한 숙제를 내줄지 그리고 내 머릿속에선 어떤 또 다른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인식할 때, 진정한 가능성을 발견한다." 현대 산업의 흐름을 바꾼 혁신가, 헨리포드의 철학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긴다. 나는 처음부터 '작가'라는 삶을 꿈꾸었을까? 그건 아닐 테다.
여러 도전을 하고 한계에 부딪히고 패배하고 또 다른 것을 도전하던 과정 중에 얻게 된 하나의 결과물일 뿐이다. 출간을 어렵게 생각지 말자. 나만의 인생 원고를 만드는 일 얼마나 멋진가. 나의 두서없는 글이 당신에게 추진력이 될 재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