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내와 동반 육아휴직 성장기를 그린『엄마도 아빠도 육아휴직 중』이라는 책을 세상에 공개했다. 올해 역시『오늘도 지하철 타고 출근합니다』라는 두 번째 종이책을 출간하며 자칭 작가라는 생명에 한번 더 호흡을 불어넣었다.
대체 무슨 욕심이었을까. 전작에 참패를 겪고 다시 부딪힐 용기가 있었던 걸까? 나는 그저 작가가 되고 싶었다. 세상에 나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꺼내겠다는 마음 하나뿐이었다. 이제와 말하자면, 두 번째 출간은 사실 첫 번째보다 훨씬 더 부담스러웠다.
한 번 해봤으니 더 쉬울 것이라 생각되겠지만 사실 그건 큰 오산이다. 오히려 더 조심스러웠다. 야심 차게 준비했던 첫 번째 책이 제대로 망해버리면서 두 번째 책을 쓰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진 꽤 오랜 시간을 숙고하는 게 사실 당연하지 않은가.
‘과연 누가 이 이야기를 읽어줄까?’ ‘이런 평범한 일상도 책이 될 수 있을까?’ '이번엔 될까?'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런 의심과 불안을 안으며, 브런치에 나의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나는 원고 하나를 다시 완성했고, 가까스로 한 출판사가 제시한 계약 제안 덕분에 다시 한번 서명을 하게 됐다. 기획 출간이 아닌 이번에도 반자비 출판이었지만, 어쨌든 출간은 출간이었다.
출간한 지 어느덧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번 두 번째 책의 성과는 어땠을까? 여러분이 예상했던 바다. 그저 그런 결과를 다시금 받아들였다. 별 수는 없다. 이게 내 현재 능력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두 번째 출간을 통해 나는 몇 가지 확신을 얻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기 합리화 맞다.
'모든 사람의 이야기는 책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책으로 펼쳐낼 만한 자신만의 고유한 서사가 있다. 단지, 자신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나는 진짜 없는데.”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나는 되묻고 싶다. 평생 숨만 쉬고 살았던 건지 말이다. 사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엿보고 싶어 한다.
사람을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부터 연애 프로그램들이 그 방증이 되겠다. 지극히 평범한 삶의 이야기는 한 권의 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사실 내 두 번째 책도 아주 평이하다.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 한 직장인의 인생 이야기’ 이 별거 없는 일상이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지 정말 궁금했다만, 결국 책이 되었다.
나는 다시 한번 확신한다. “어느 누구의 삶도 책으로 태어날 수 있다.” 누군가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책으로 펼쳐내기 어렵다면 이곳 브런치를 통해 당신의 서사를 마음껏 펼쳐내 보길 바란다.(단, 베스트셀러는 보장하지 못한다.)
두 번째 확신은 “일을 하면서도 책을 쓸 수 있다.”였다. 직장인이다. 정확히는 공무원. 다른 근로자와 동일하게 주 5일 출근하고, 야근도 밥 먹듯 한다. 때론 주말에도 출근하는 평범한 노동자. 그런 내가 책을 쓰고 싶었다. 책을 쓸 시간은 있었을까?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시간을 촘촘하게 사용하면 된다.
야근한 날엔 재빠르게 씻고 스터디카페로 향했고, 퇴근이 이른 날엔 딸을 씻기고 간단히 저녁을 먹고 다시 스터디 카페로 향했다. 새벽 1시까지 문장을 고치고 머리를 긁적인 시간만 해도 엄청나다. 당시엔 미치도록 힘들었지만, 지금은 모두 추억이 됐다. 이런 패턴을 두 해나 반복했다. (아내에게 고마울 뿐이다.)
나는 말한다.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직장인도 무조건 책을 쓸 수 있다.”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 하나, 분명한 건 내 이름이 적힌 책 한 권은 세상에 남겨진다. 이보다 황홀한 경험이 세상에 또 어디에 있을까.
마지막 나의 확신은 무얼까. “글솜씨가 전부는 아니다.”겠다. 찬물 끼얹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 글솜씨가 없어도 책은 출간할 수 있다. 자비 출판, 반자비 출판, 기획 출판. 방법은 실로 다양하다. 반자비 출판을 두 번 경험했다. (다시 한번 훑어보라. 나의 글 정말 평이하지 않은가. 그 어떤 이야기도 책으로 태어날 수 있다.)
그럼 출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사항은 과연 뭘까? 조금 웃기지만, 인지도다. 아무리 글을 잘 써도 본인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다면 책을 판매하는 일은 쉽지 않다. (내 두 번의 망한 경험이 작가를 꿈꾸는 여러분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SNS를 통해 자신을 꾸준히 알리고 나서 출간을 준비해도 늦지 않다. (물론 그동안 글을 꾸준히 쌓아 나아가야 한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능력과 여력 두 가지 모두 부족했다. 여러분은 나와 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길 바란다.
인지도를 등에 업는다면, 여러분의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이즈음이면 슬슬 다른 SNS에도 발동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어찌 됐건 올해 목표했던 종이책 출간이란 목표는 달성했다. 기획 출간은 아니었지만, 이게 내 현재 실력이니 따로 덧붙일 말은 없다. 다음엔 어떤 소재가 내 머릿속을 스칠지 모른다. 그리고 원고를 완성했을 때 즈음엔 세상에 더욱 나를 알릴 수 있는 내가 되어있길 바란다.
명심하자.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금씩 후퇴해 버린다. 여러분의 인생을 기록할 멋진 책 한 권이 세상에 남겨지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