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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언니가 될 차례

by 자향자

딸아이도 어느새 만으로는 세 살, 한국 나이로 네 살이 되었다. 첫 돌이 지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세 돌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부모가 회사일에 치여 정신없이 지내는 사이, 아이는 또 한 번 훌쩍 한 살을 더 챙겨 먹었다.



키는 어느새 1미터를 목전에 두고 있고, 몸무게는 17킬로그램에 가까워졌다. 이제 두 손으로 아이를 오랜 시간 안아주기가 조금은 벅차다.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편은 아쉬움으로 차오르기 마련이다.



퇴근 집에 들어서면, 아이는 조그마한 입으로 "엄마, 아빠"를 부르며 졸졸 따라다닌다. 그 모습을 보며 회사에사 욕을 한 바가지 먹었던 설움도 사내 핑퐁게임의 치열했던 순간도 눈 녹듯이 사라진다. 대화도 제법 통하고, 생떼도 부릴 줄 아는 나이가 된 딸아이도 어느덧 유치원에 갈 시기가 됐다.



사실 1년여 정도는 어린이집을 더 다닐 수 있었지만, 보육보다 교육을 원하는 부모의 욕심과 아이 자신의 바람으로 조금 일찍 유치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우리의 마음은 그렇다 쳐도 아이가 유치원을 그토록 원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유치원에 가면 ‘진짜 언니’가 될 수 있다는 그녀만의 이유 때문이었다.



지난 11월, 2026년 유치원 입학 설명회가 열렸다. 인기 있는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수많은 부모가 모였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는 시간을 내기 어려워 두 어번 참석했는데, 심지어 그중 한 번은 할머니가 대신 참석했다. 나름의 분석으로 소신 있게 유치원을 지원한 결과는 어땠을까.



1차 특별모집에서는 여봐란듯이 낙방했다. 맞벌이 가정은 세상에 수도 없이 많았고, 아이 둘을 기르는 부모도 역시나 많았다. 올해는 사실 기대를 접어야 하나 싶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단지 내 어린이집으로 1년 더 보내면 되는 일이니 크게 개의치 말자고 아내에게 말했다.



그럼에도 기회가 한번 더 주어지는 2차 일반모집 전형에 아주 신경이 안 쓰이진 않았다. 결국, 아이는 일반모집 전형에서 대기 1번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기회가 먼저 주어진 부모가 등록을 하지 않는 바람에 얼떨결에 내년에 유치원 갈 기회를 거머쥐게 됐다.



유치원에 보내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가 싶다. 아내와 웃으며 그리고 딸아이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부모님도 이런 과정을 겪으셨을까. 두 분도 맞벌이셨으니, 당시엔 할머니가 입학 설명회를 쫓아다니셨던 걸까? 아니면 그 당시엔 그런 게 없었으려나.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아이는, 이제 언니 오빠들처럼 자신도 유치원 버스를 타고 다닐 수 있다는 소식에 방방 뛰며 기뻐했다. (사실 해당 유치원은 버스를 운영하지 않는데, 조만간 말해줄 참이다.)



작은 일도 무어든 직접 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무언가를 처음 하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버벅대기도 하고, 실수도 잦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어느샌가 익숙해진 우리를 발견하곤 한다. 부부도 부모가 처음인지라 모든 게 서툴고 어렵다.



2026년, 유치원이라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설레는 아이의 목소리만큼, 우리 부부 또한 설렘을 가득 안고 새로운 세계를 맛보게 될 것이다. 완벽할 수 없다. 괜찮다. 희로애락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소중한 추억이 수없이 생길 터이니 나는 그걸로 만족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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