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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남이 Oct 26. 2024

내 인생 첫 출판 계약!

인생을 살아가면서 내가 책을 쓰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보통의 삶을 살아가며, 별다를 것 없는 시시한 내 인생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사람 하나 없을 것 같았으니 당연지사였겠지. 맞벌이 부모 밑에서 할머니 손에 자라, 내성적인 성격으로 학교에서도 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히 지냈다. 공부에는 애초에 소질이 없어 문과에 그저 그런 대학을 나와 취업이 안 돼 공무원 시험을 3년 동안 준비했었다. 운이 좋아 나를 좋아해 주는 이를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다. 이 정도가 내 인생의 간략한 히스토리다. 이런 별 거 없는 시시한 인생 이야기를 들어줄 이가 과연 있을까? 그것도 자기 돈을 쓰면서까지 말이다!



샛길로 빠진 이야기를 뒤로하고 다시 내 인생 첫 출판 계약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보려 한다. 수십 곳의 출판사 중에서 내 원고를 간택해 준 출판사와의 계약은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했다. 글쓰기라는 것은 그저 나 홀로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공간에 글을 쓰면 그만이었지만, 한 출판사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책을 만드는 일을 완전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국어사전에는 계약이라는 단어는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일정한 법률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두 사람의 의사를 표시함.'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기에 부담이 있기에 계약이라는 단어는 내게 정말 무겁게 다가왔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출판사와 작가 모두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사실 자체가 내게는 다소 부담이 됐다. 출판사의 연락만 기다리며 계약만 하면 뭐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막상 계약을 앞두니 싹 사라졌다.



설레는 인생, 이 순간의 여정을 직접 몸으로 겪어보기로 했다. 출판사에 직접 찾아가 보기로 한 것이다. 방문 당일, 화창한 날을 기대했던 내 마음과는 다르게 그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다. 회사에 하루 휴가를 요청하고 다소 여유롭게 지하철로 이동하며 일전에 출판사와 계약 시 유의사항 등을 차분히 살펴봤다. 생애 내가 맺어본 계약이라면, 전셋집 구할 때 맺었던 임대차 계약 등 부동산 관련 계약이 전부였으니 결이 다른 이번 출판 계약에 두려움이 있었던 것은 당연했다. 혹시나 내가 너무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게 되지는 않을까? 사기당하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으로 복잡했던 것도 사실이다.



방문 예약 시간보다 다소 이르게 출판사에 도착했다. 여느 회사 사무실과 다름없는 비슷한 형태, 이곳에서 작가들의 원고가 다듬어지고 최종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편집장으로 보이는 한 분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찰나, 본부장이 들어왔다. 이 분의 결재 덕분에 출간까지 하게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겠지.  사실 출판사에 방문해 바로 계약을 맺을 심산으로 가게 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출판사가 어떤지 어떤 형태로 작업을 하게 되는지가 궁금해 방문하게 됐다.



차 한잔을 마시며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본부장은 출판계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출간은 언제쯤 예상을 하는지 언제 출간을 하면 괜찮은지에 대해 말해주었다. 계약은 인쇄물로 출력해 검토 후 회신드리겠다 말씀드리며 짧은 미팅을 뒤로하고 집으로 복귀했다. 혹시 어느 계약서를 차분히 제대로 읽어본 적이 있는가? 창피한 이야기지만 나는 거의 없었다. 보험서 약관만 봐도 깨알 같은 글씨에 질려버려 제대로 읽어본 적 없던 내가 큰 글씨로 인쇄되어 있는 출판 관련 계약서를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작가 기준에서는 좀 애매한 기준이 몇몇 보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신인 작가에게 기회를 준 곳이니 마다할 수도 없는 노릇이려니 했다. 회사 입장에서 봐도 분명 투자를 하는 것이니 이해가 되기도 했다. 계약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이 소식을 양가의 부모님 그리고 지인에게 알렸다. 신기해하기도 했고, 어떤 소재로 글을 쓰는지, 이상한 출판사는 아닌지 물어보기도 했다. 내 기준에서는 합격이었다. 나를 간택해 준 출판사이기도 하고 검색 몇 번만 해봐도 알 수 있는 출판사였으니 그 정도면 나는 만족했다.



둥그란 보름달처럼 환한 추석을 보내고 그렇게 출판 계약서에 내 이름 석자를 적어 출판사로 회신을 보냈다. 편집장은 당일 계약금이라며 소정의 세금을 제한 얼마를 내 계좌에 넣어주었다. 그렇게 내 인생 첫 출판 계약이 맺어지는 순간이었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팔렸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무척 신기했지만 막상 계약금을 받고 나니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과연 끝까지 책을 집필할 수 있을까? 중간에 백기를 들진 않을까? 하는 압박감이었다고나 할까? 아내 앞에서는 별일 아니라는 듯 덤덤한 척했지만 정말 긴장됐던 그 순간이 떠올리니 다시 긴장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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