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이 날 집어삼킬 때
가끔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내 경우엔 오늘이 그랬다. 오늘이라기보다는 지난 1년 가까이 거의 대두분이 그런 날이었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끼니를 챙기는 것도 청소를 하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모조리 싫었다. 그렇게 썩어가듯 숨만 쉬며 하루를 보내고 나면 참 우습게도 '오늘 하루도 또 버텼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고는 했었다.
그리고 또 우습게도 나와는 다르게 현재의 시간을 알차게 살아가는 사람을 동경했다. 내가 다시 무언가에 뜨거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또 뜨겁게 현재를 살아갈 순 없다. 조금은 차갑게 조금은 미지근하게 자신의 보폭에 맞춰 살아간다.
무너져 침전하며 살던 나는 이제 겨우 발버둥 쳤을 뿐이다. 뽀얗게 흙탕물만 일으키고 다시 가라앉을지. 수면 위로 떠올라 다시 깨끗한 공기를 마시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