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것은 다시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나는 좋은 청자도 화자도 되지 못한다. 나는 주로 잘 듣고 있기 보다는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배우처럼 리액션을 연기했었다. 사실 타인이 하는 이야기는 즐겁지도 않았을뿐더러 흥미가 동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아주 이기적인 놈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컷 듣고 나면 정작 내 이야기를 할 기회는 없다.
다른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 즐거운 이야기, 사랑이야기를 실컷 듣고 리액션을 연기하고, 너는 뭐 없어?라고 되물어올 때 나는 머저리처럼 웃어 보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사실 사람들한테 내 이야기를 하기도 그렇다. 또래에 비해 내 이야기는 너무 무겁고 어둡고 칙칙하다.
내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은 이제 세상에 없다. 나는 그 정도로 사람을 믿지 못하고 그 정도로 겁이 많은 쫄보였다.
사람을 쉽사리 믿지 못하는 것은 자라 온 환경에 대한 요인이 크겠지만 가끔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조금은 의지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조금은 응석 부리고 싶다.
25년 그리고 5개월. 정확히 말하자면 25년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내 시간은 25년 5개월에서 멈춰져 있다.
앞으로 내가 쓸 글은 그저 정신병자의 독백에 불과하다. 실제로 회피성 인격장애와 우울증, 불면증 등을 진단받은 환자가 조금이라도 좋으니 무작정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브런치를 이용하는 것이다.
듣는 사람이 없어도 좋고 반응하는 사람이 없어도 좋으니 그저 내 이야기를 마음껏 하고 싶다.